[책의 향기]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영화화 찜한 난파선 실화

  • 동아일보

영국 군함 ‘웨이저’ 난파 사건 다뤄
외딴섬에 표류하며 체계 무너지고
생존 본능에 의한 사건 사고 잇따라
◇웨이저(Wager)/데이비드 그랜 지음·김승욱 옮김/464쪽·2만2000원·프시케의숲


2024년 12월 29일, 승객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했다. 하지만 조사 당국이 블랙박스, 엔진 분석 보고서 원문 등의 공개를 거부하면서 1년여가 지나도록 진상 규명이 쉽지 않았다. 이런 대형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늘 되풀이되는 의문이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누구 책임인가. 우리는 정말 모든 진실을 다 알고 있을까. 누가, 어떤 목적으로 진실을 감추는 걸까.

이 책은 1741년 남대서양 칠레 앞바다에서 난파한 영국 군함 ‘웨이저’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논픽션이다. 단순한 해양 난파, 표류, 생존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오산. 표류한 외딴섬에서 문명과 인간성을 시험받는 선원들, 해난 사고 뒤에 감춰진 제국의 진실, 그 진실을 둘러싼 정치적 경쟁까지 생존, 탐사, 정치 스릴러를 모두 담았다.

18세기 영국 군함의 난파 이야기를 다뤘지만, 조금만 눈을 돌리고 넓히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많은 현실과 참 많이 비슷하다. 배가 정상적으로 운항할 때는 선원 누구나 규율과 명령 체계 등 매뉴얼을 지켰다. 그러나 난파 뒤엔 그 질서가 빠르게 무너졌고, 식량이 끊기고 구조가 요원해지자, 책임은 사라지고 생존만이 기준이 됐다. 위기 상황에서 가장 필요하고 지켜야 할 매뉴얼은 존재만 할 뿐 작동하지 않는 것이었다.

구조된 이후엔 각자 자신이 옳았다고 주장하며 법정에서 상대방을 반역자, 가해자로 몰아간다. 엇갈리는 발표와 자신만 살기 위한 책임 공방, 쏟아지는 정보 속에 오히려 미궁으로 빠지는 진실 등 오늘날 대형 참사 발생 후에 보이는 모습과 놀라울 만큼 닮은 것 같다.

이 책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함께 영화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난과 생존, 극적인 구출에 중점을 둘지, 생사의 갈림길에 선 인간성의 양면을 부각할지, 구조 이후 법정에서의 진실 공방에 방점을 둘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것을 선택해도 워낙 재료가 좋아 볼만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부제 ‘난파선에서의 반란과 살인, 그리고 생존을 향한 사투’.

#난파#생존#해난 사고#정치 스릴러#마틴 스코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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