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세부의 한 호텔 지하 술집. 한국에서 여행을 온 양길과 지훈 두 친구가 함께 술을 마신다. 지훈이 화장실을 간 사이 양길은 수면제를 지훈의 술에 타고, 잠에 취한 지훈을 살해한다. 현지 의사는 ‘지훈이 술을 많이 마시고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양길의 말만 믿고 사망진단서를 쓴다. 양길은 증거를 없애기 위해 지훈의 시체를 화장까지 해 한국으로 온다. 하지만 지훈이 질병이나 사고 사망 시 19억 원을 받는 보험에 가입했으며, 수령자는 가족도 약혼자도 아닌 양길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검찰은 양길이 사건 전 수면제를 잔뜩 처방받았고, 휴대전화로 ‘알코올에 수면제가 녹는지’ 검색했으며, 지훈의 옷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을 뿐 아니라, 양길이 지훈의 사망 당시 정황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밝혀낸다. 필리핀의 의사도 그저 양길의 말을 믿고 진단서를 썼으며, 지훈의 입 주변엔 외부의 자극으로 생긴 붉은 반점 같은 것이 있었다고 증언한다.
모든 정황은 양길의 유죄를 가리키고 있지만 문제는 범행의 목격자나 DNA, 흉기, 폐쇄회로(CC)TV 화면 같은 직접 증거가 없다는 것. 판사는 ‘병사일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끝내 무죄 판결을 내린다. 양길은 마땅한 처벌을 받게 될까.
‘보험금 살인’과 법정 안팎의 공방을 소재로 한 변호사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이야기 진행이 다소 무리하게 느껴지는 측면도 없진 않지만, 독자가 공분할 만한 묵직한 주제를 다룬 점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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