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3실장 간담회]
“한반도 평화공존 프로세스 본격화”… 선제적 유화책→北美대화 지원 시사
“우라늄-핵잠-국방비 3개 TF 가동… 내년 전반기엔 가시적 성과 나올 것”
‘자주파’의 NSC 구조 문제 제기엔… “DJ정부 제도-관행 따른 것” 반박
나란히 앉은 3실장
용산 대통령실에서 7일 열린 ‘이재명 정부 6개월 성과 보고 기자간담회’ 자리에 대통령실 3실장이 나란히 앉은 모습. 앞줄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강훈식 비서실장.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7일 “(내년부터)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추진해 한반도 평화공존 프로세스를 본격화하겠다”면서 “페이스메이커(pacemaker)로서 북한,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남북이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건 북한이 이재명 정부와의 소통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선제적인 대북 유화책으로 북-미 대화를 지원하면서 독자적인 대북 신뢰 회복 조치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다만 위 실장은 이 대통령이 최근 북한과의 대화 재개 카드가 될 수 있다고 시사한 한미 연합훈련 축소 가능성에 대해선 “직접 카드로 고려하고 있진 않다”고 선을 그었다.
● 美 우려에 “한미 연합훈련 직접 카드로 고려 안해”
위 실장은 이날 ‘이재명 정부 6개월 성과 보고 기자간담회’에서 남북 소통에 대해 “(북한의 미호응으로) 6개월간 큰 진전은 없었다”면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하기 위한 배후적 여건 조성의 성과를 냈다. 한미 관계를 안정화시켰고 최악의 상태에 있던 한중 관계도 복원의 길로 집어넣었다”고 했다. 이어 “이런 성취를 바탕으로 내년부터는 한반도 쪽에 좀 투자해 보자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 일본과의 관계 진전으로 남북 대화를 추동해 보겠다는 것.
위 실장은 남북 대화 시점에 대해 직접적 답변은 피하면서도 “짐작건대 남북보다는 미북(북-미)이 앞서지 않겠나”라고 전망한 뒤 “어느 쪽이든 먼저 이뤄지면 그것으로 선순환을 이뤄내겠다”고도 했다. 내년 4월로 조율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등 동북아시아 외교 빅이벤트를 계기로 북-미 접촉이 재개될 수 있도록 선제적 대북 유화 조치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올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발판으로 내년 핵 군축 협상을 목표로 미국과의 접촉에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8월 9·19 남북군사합의 등에 대한 단계적 이행을 지시한 데 이어 3일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훈련 문제도 필요하다면, 미국의 전략적 레버리지(지렛대)에 도움이 된다면 논의하고 고민할 수 있다고 말해 주는 것 자체가 협상 여건을 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위 실장은 한미 연합훈련 축소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한반도 비핵화 추진을 위해 생각할 수 있는 카드는 많으나 반드시 연합훈련을 직접 카드로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답했다. 한미 연합훈련을 둘러싼 미국과의 불협화음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최근 미국 외교 당국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이 연합훈련 조정 카드를 언급한 데 대한 우려를 우리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우라늄·핵잠·국방비 TF 구성
대통령실은 10월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담긴 지난달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sheet·공동 설명자료)’ 발표 이후 이달부터 미국과 안보 분야 실무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1차장은 “안보실이 주관해 3개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며 “첫째는 우라늄 농축 관련 협의 TF, 두 번째는 핵추진 잠수함 관련 TF, 세 번째는 국방 예산 증액을 포함한 국방 예산 분야에 대한 협의 TF로, 내년 전반기에는 가시적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 실장은 최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 일부 ‘자주파’ 원로 인사들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구조를 문제 삼은 데 대해 “지금의 운영 체계는 김대중 정부 이래 운영된 제도와 관행을 그대로 따르고 있으며, 아울러 ‘차장’이라는 직함으로 NSC에 참여가 이뤄진 것은 박근혜 정부 때부터”라고 반박했다. 앞서 정 전 장관은 3일 “차관급이 (NSC에) 통일·외교·국방부 장관과 똑같은 급으로 참석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윤석열 정부의 차장(김태효 당시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안보실을 쥐고 흔들려고 했는데, 이를 답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 실장은 “누가 말한 것처럼 김 아무개(김 전 차장)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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