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도 말리는데 발끈한 ‘왕실장’… “주변서 ‘정치영역 들어왔다’ 해”

  • 동아일보

김용범 “딸 갭투자 아냐” 연일 반박
국힘 “국회서 격노, 즉각 경질해야”
관세-부동산정책 주도 존재감
전남도지사 출마설엔 “낭설” 일축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이 18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의 질의에 반발하고 있다. 뉴스1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이 18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의 질의에 반발하고 있다. 뉴스1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과 언성을 높이며 충돌한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이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국민의힘에서 김 실장의 경질을 요구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야당 의원 질의 중 격노하는 모습을 보인 김 실장의 태도를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

정치권에서는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이재명 대통령의 신뢰를 받고 있는 김 실장이 부동산 정책과 재정, 세제까지 경제·산업 정책의 전면에 나서면서 이른바 ‘왕실장’으로 존재감을 키운 것이 이번 충돌의 배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일각에선 “정책만 다룰 사람이 아니다”라며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점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金 “공직자의 딸 애잔, 갭투자 아냐”

김 실장은 이날 김어준 씨의 유튜브에 출연해 딸 전세 문제에 대해 “갭투자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치인 출신이 주로 기용되는 대통령비서실장 외의 참모가 국회에서 야당 의원과 정면충돌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친여 성향 유튜브에 출연해 전날 상황에 대해 재차 반박한 것. 김 실장은 전날 김 의원이 “따님과 청년들에게 임대주택에 살라고 하고 싶으냐”고 질의하자 우상호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민주당 원내대표인 김병기 국회 운영위원장의 제지에도 “왜 가족을 엮느냐”며 언성을 높여 설전을 벌였다.

김 실장은 이날 “딸이 이제 아빠가 공직에 있는 걸 되게 싫어하고 조심하고 눈치 보고 그렇게 살아서 좀 애잔함이 있다”며 “좀 더 부드럽게 답변하는 훈련을 해야겠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실 참모는 준정치인’이라는 취지의 질문엔 “강훈식 비서실장이나 우 수석이 정치 영역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런데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국회를 경시한 것”이라며 김 실장의 경질을 요구했다. 조용술 대변인은 “대통령은 공직기강 해이를 바로잡기 위해 김용범을 즉각 경질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규택 원내수석대변인도 “대통령비서실에서 공식적인 사과 표명이 있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선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아무리 정치판이라고 해도 배우자나 자식에 대해서는 좀 절제된 표현을 해야 한다”며 “김 의원이 김 실장에게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반면 권칠승 의원은 “대통령실에서 국회에 출석한 정부 위원이 어제 정도의 태도를 보이는 경우는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태도 자체는 잘못됐다. 질책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 존재감 키운 金… 전남도지사 ‘출마설’도

문재인 정부에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지낸 김 실장은 이재명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이 아닌데도 이 대통령의 경제 책사로 불리던 다른 인물들을 제치고 정책 컨트롤타워인 정책실장으로 발탁돼 주목을 받았다.

특히 올해 7월엔 미국과의 초기 관세 협상 타결 소식을 직접 브리핑하면서 대미 협상의 전면에 나섰다. 10월 막판 관세 협상 국면에서는 두 차례나 미국을 직접 찾아 협상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또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 배당소득 분리과세, 부동산 보유세 인상 등 주요 의제마다 정책 발표를 주도하면서 존재감을 키웠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재정 당국에 민간 경험까지 산전수전을 다 겪은 데다 임기응변에도 능하다”며 “브리핑 능력이나 정무적인 감각도 뛰어난 편이라 전형적인 공직자들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실장이 야당 의원과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충돌한 데 이어 강성 지지층이 열광하는 김 씨 유튜브에 출연해 여론전에 나선 것을 두고 다양한 정치적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전남 무안이 고향인 김 실장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전남도지사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김 실장은 본인의 출마설에 대해서는 “뜬금없는 이야기다. 낭설 아니냐”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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