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과하다 싶게 대학까지 교육비 지원… 재원은 향후 마련”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신년 회견서 ‘출생기본소득’ 제시
“부모 소득 관계없이 현금 지원
저출생 대책 ‘출생아’ 중심 전환”
전문가 “세수 부족에 무책임 공약”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2024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총선 
공약으로 ‘출생기본소득’을 발표하며 장기적으로 대학등록금을 포함한 교육비 일체를 무상화할 것을 제안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2024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총선 공약으로 ‘출생기본소득’을 발표하며 장기적으로 대학등록금을 포함한 교육비 일체를 무상화할 것을 제안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 정책으로 발표한 ‘출생기본소득’은 현행 아동수당처럼 출생아에게 지원금을 주되, 범위와 규모를 점차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이 대표는 이날 “단기적으로 사립대 등록금을 국공립대 수준으로 낮출 뿐 아니라 장기적으론 대학등록금을 무상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출생기본소득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당 정책위 관계자는 “장기적인 구상이라 재원 규모나 확보 방안은 검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세수 부족 사태 속 재원 조달 방법을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미 비현실적인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2월 1일 60조 원 이상 규모의 도심 철도 지하화 공약을 발표할 예정인 것을 두고도 “포퓰리즘성 성격이 강하다”라는 비판이 예상된다.

● 이재명 “대학등록금 등 교육비 일체 지원해야”
이 대표는 이날 국회 사랑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보편적 출생 지원 원칙에 따라 목돈을 분할해 지원하는 안을 포함한 ‘출생기본소득’을 제안한다”며 “이미 시행 중인 아동수당이 그 맹아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부모를 기준으로 삼아 정책을 만들었지만 이제부터 저출생 대책은 부모가 아닌 ‘출생아’ 자체를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모의 소득, 재산을 따지지 않고 출생아 전체에 현금을 지원하자는 안으로 이 대표의 트레이드마크인 ‘기본사회’론이 반영됐다.

이 대표는 재원 마련안을 묻는 질문엔 “재원이야 앞으로 마련해 나가는 것”이라며 “시작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박정희 정권 때 의료보험을 시작할 때도 작은 규모로 시작했지만 현재 이렇게 확대가 되지 않았느냐”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1일 직접 발표할 도심 철도 지하화 공약도 60조 원 이상이 드는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지만 당은 이를 위한 별도 재원안을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1일 서울 신도림역 부근에서 수도권과 호남, 영남권 등 도심의 10개 이상 철도 노선을 지하화한다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할 계획이다. 당 정책위 관계자는“재원안이 따로 있진 않다. 개발 이익 등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재원 확보 방안 없이 공약을 잇달아 내놓는 것을 두고 여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재원 조달 방식에 대해 말을 안 한 것은 좀 실망스럽다”며 “그 돈이 어디서 나오냐. 다 국민 혈세”라고 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세수 부족이 이어지고 세계적으로 경제 하강기에 들어서고 있는데 재원에 대한 고민이 없는 건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60조 원이라는 막대한 세금을 쏟을 정도로 철도 지하화가 다른 국민 안전 관련 정책에 비해 시급한 정책이냐”면서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자극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 “6·25전쟁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것 아냐”
이 대표는 이날 선거제와 공천 갈등 등 현안에 대한 답은 피한 채 회견 대부분을 윤석열 정부 비판에 할애했다. 특히 전쟁 위기를 거론하며 “휴전선 부근 주민들은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무인정찰기 가동으로 무력 충돌이 벌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며 “수백만 명이 죽고 전 국토가 초토화된 6·25전쟁도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38선에서 크고 작은 군사 충돌이 누적된 결과였음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당내 공천 파열음에 대해선 “어떤 선거 공천 과정과 비교해도 갈등이나 분열 정도는 크지 않은 것 같다. 최대한 갈등을 완화하려 하겠지만 그 갈등도 경쟁”이라고 했다. 선거제에 대해선 “의견을 수용 중”이라며 답을 피했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이재명#더불어민주당#출생기본소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