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강남개발’이냐 ‘돈먹는 하마’냐… 철도지하화의 결론은[황재성의 황금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20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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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철도지하화 특별법, 9일 국회 통과
2: 비용 최소화와 사업 활성화에 방점
3: 후속 대책 마련에 분주한 지자체들
4: 120년 역사의 서울역 또다시 변신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
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철도지하화 사업에 힘을 실어줄 ‘철도지하화 및 철도 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의 오랜 숙원이었던 철도 지상 구간의 지하화 사업에 힘이 실리게 됐다. 사진은 철도 지하화 사업을 강력 요구해온 대표적인 지역인 영등포구 영등포역 모습이다. 동아일보 DB
‘역세권 아파트’ ‘걸어서 10분 거리에 지하철역’

부동산 상품 관련 기사나 광고를 눈여겨보면 이런 표현이 빠짐없이 붙습니다. 역세권(驛勢圈)에 대한 정보입니다. 역세권은 사전적으로는 지하철역이나 철도역과 관련 시설로부터 영향을 받는 지역 또는 도시의 일상생활에서 교통수단으로서 철도를 용하는 인구가 거주·분포하는 지역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에서는 판매할 상품이 지하철역이나 철도역과 근접해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마케팅 용어로 자주 사용합니다. 심지어 지하철역과 붙어 있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지품아(지하철을 품은 아파트)’라는 신조어까지 동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역세권 위치 여부는 부동산 상품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고, 가격에 반영됩니다. 아파트가 대표적입니다. 부동산정보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현재 수도권 전철 역세권 아파트 가격을 분석한 결과 모든 노선의 아파트값이 1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8호선 아파트는 같은 기간 14% 넘게 증가해 상승률 1위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고금리와 경기 침체 탓에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은 모두 하락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수도권 전체 아파트값은 5.9%, 서울은 2.5%가 각각 떨어졌습니다.

그렇다고 역과 가깝다고 해서 모두 환영받는 것도 아닙니다. 특히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철도역이 지상에 있는 경우에는 오히려 주거환경을 훼손하는 시설물로 여겨집니다. 소음과 일조권 및 조망권을 가리고,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지역에서는 역세권 아파트라도 지하역 역세권에 비해 선호도도 낮고, 집값도 낮게 형성됩니다.

신설 철도가 통과하는 지역마다 노선 지하화를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미 운행 중인 철도가 지상구간이라면 지하화 요구는 선거철이면 빠지지 않고 제기되는 단골 민원이자 해당 지역의 숙원사업입니다. 하지만 천문학적 비용과 미흡한 지원제도 등이 걸림돌이 돼 관련 사업 대부분은 지지부진합니다.

그런데 최근 철도 지하화 사업에 힘을 실어줄 돌파구가 마련됐습니다. 국회가 이달 9일 ‘철도 지하화 및 철도 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이하 ‘철도 지하화 특별법’)을 통과시킨 겁니다. 이에 대해 부동산업계에서는 “철도 지하화가 본격화되면 서울에 과거 강남 개발과 같은 파급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서울 구로구 용산구 영등포구 등은 발 빠르게 후속 조치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물론 최소 수천억 원에서 수 조원 이상의 사업비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는 철도 지하화가 당장 활성화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최근 전 세계적인 도시개발 추세가 도심지 재정비에 초점이 맞춰진 점을 감안하면 대도시지역 철도 지하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철도지하화특별법의 주요 내용과 앞으로 추진될 주요 철도 지하화 사업, 기대효과와 문제점 등을 짚어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지하화 사업비, 상부 개발사업비로 충당
절도지하화 특별법은 비용부담 최소화와 사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 정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진은 대표적인 철도 지상구간의 하나인 용산역 주변 전경이다. 동아일보 DB
철도지하화 특별법은 사업 추진에 최대 걸림돌로 여겨지고 있는 비용 부담 최소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국토부가 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배포한 참고자료(‘‘철도지하화 특별법’ 제정안 국회 본회의 의결’)에서 이는 잘 드러납니다.

참고자료에 따르면 국토부는 철도지하화 특별법에 철도지하화통합개발이라는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핵심은 철도 지하화와 철도 지하화에 따라 확보되는 지상지역(이하 ‘상부’)의 개발사업을 연계 추진하라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지상지역 부동산 개발로 발생하는 이익을 철도 지하화 사업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사업절차 규정도 마련됐습니다. 기존의 ‘철도건설법’에 따른 국가철도망 구축계획과 별도로 철도지하화 통합개발에 관한 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한 것입니다. 노선별로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체계적인 사업 절차를 마련하는 게 골자입니다. 지자체 단위로 지하화 사업이 추진될 경우 우려되는 난개발을 막고, 우선 순위에 대한 지역 간 갈등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비용부담 원칙도 정해졌습니다. 철도지하화 사업비용은 상부 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충당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사업추진에 필요한 재원을 먼저 조달할 수 있도록 사업시행자가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마련한 것입니다. 재원 조달 방안을 구체화하고 다각화함으로써 사업을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국유재산 활용 방안도 포함됐습니다. 국가가 사업시행자에게 철도 부지를 출자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입니다. 또 상부 개발 시 기반시설 지원, 용적률 완화, 부담금 감면 등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그만큼 초기 사업비 부담이 줄고, 사업성은 개선될 수 있습니다.

국토부는 참고자료에서 “철도지하화 특별법의 본회의 의결을 통해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의 본격적인 추진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며 “시행령 등 하위법령 제정과 함께 종합계획 수립 등 후속 절차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철도지화하 특별법이 본격 시행될 경우 철도역 주변 개발사업은 어떤 식으로 진행될까요. 이에 대한 힌트는 정부가 추진하는 ‘콤팩트 시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는 철도역 인근을 고밀 개발하는 게 핵심입니다.

국토부가 지난 2022년 8월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에서 제시한 콤팩트 시티는 3기 수도권 신도시 조성 방식 가운데 하나입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지나는 경기 고양 창릉, 남양주 왕숙 등지에서 철도역 1km 이내 지역에 대해 용적률을 대폭 완화하고 복합쇼핑몰, 오피스, 교통시설(복합환승센터), 주거단지 등을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방식입니다.

예컨대 철도역으로부터 반경 300m 이내 지역은 거점지역으로 복합쇼핑몰 등을 배치하되 고밀도를 적용하고, 300~600m 범위에는 직주근접을 위한 중고밀도의 청년주택을, 600m 이상 배후지역은 중밀도의 대단지 아파트를 각각 조성한다는 것입니다.

● 천문학적 사업비 등은 여전히 걸림돌
철도지하화 특별법에 따라 철도 지상구간이 위치한 전국 지자체마다 후속조치 마련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천문학적 사업비와 낮은 사업성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 DB
철도지하화 특별법 통과 이후 철도 지상 노선이 지나는 전국 지자체마다 후속 조치 마련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시 산하 자치구들이 부지런한 모습입니다.

대표적인 곳이 구로구입니다. 구로구에는 구로역부터 온수역까지 5.6㎞, 신도림역부터 가산디지털단지역까지 2.2㎞ 구간의 지상철도가 지나고 있어 도시개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구로구는 ‘2050 구로도시발전 계획’을 활용해 철도지하화 특별법 후속조치를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철도지하화 특별법의 최대 수혜지역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용산구도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용산구는 용산역∼서울역 일대를 ▲국제업무 지원 ▲그린네트워크 구축 ▲공공기능 강화 용도로 활용할 방침을 세웠습니다. 또 용산역∼서빙고역 일대에는 공원으로 조성해 한강 접근성을 확대하고 단절된 생태계를 회복할 계획입니다.

영등포구는 아예 올해 예산에 경부선 일대 종합발전 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영등포구에는 신도림역부터 대방역까지 길이 3.4㎞ 경부선 지상철도가 지나면서 구 전체를 남과 북으로 갈라놓습니다.

하지만 철도지하화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습니다. 무엇보다 철도 지하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막대한 비용이 걸림돌입니다. 2013년 서울시 용역 결과에 따르면 지하철 1·2호선 구간과 국철 경인선·경부선·경의선 등 86.4㎞ 구간을 지하화하는 데 38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게다가 9년 전 용역 결과인 만큼 구간 확대와 시공비 상승 등으로 인해 비용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수도권 5곳을 포함해 전국 9개 철도 노선 총 188.8㎞를 지하화하는 데 62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습니다.

사업비 대비 낮은 사업성도 문제입니다. 오래 전부터 1·2호선 지하화가 추진됐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무산된 것도 수조 원에 달하는 투입 비용 대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가 컸습니다.

기술적인 문제도 존재합니다. 지상에서 운행하고 있는 철도를 유지하면서 지하에서 공사를 추진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공사 안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도심철도 구간이 도심부를 관통하거나 해당지역의 간선도로 주변에 위치합니다. 공사기간 내내 발생할 교통체증을 포함한 공사 민원도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 탄력받게 될 서울역 대개조
철도지하화 특별법에 따라 서울역은 또 한 번 대대적인 변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사진은 서울역 일대 모습이다. 동아일보 DB
한편 철도지하화 특별법이 본격화될 경우 서울역 일대 개발사업은 대표적인 사업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대상지역은 한강철교 북단부터 서울역까지 구간으로서, 철도가 지상으로 다니며 서울 용산구를 동서로 갈라놓습니다. 이에 오래전부터 지역주민들의 지하화 요구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도심 철도 지하화를 내걸면서 탄력을 받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22년 1월 “도심 철도는 지역의 단절, 주변 지역의 낙후, 환경 악화의 원인으로, 지하화는 오랜 기간 숙원사업”이라며 “도시 공간이 새롭게 개발되면 20만 일자리 창출 효과가 생긴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2022년 5월 현 정부가 출범하자, 국가철도공단은 같은 해 8월 ‘서울역 종합개발을 위한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을 발주했습니다. 당시 입찰제안요청서에서 철도공단은 서울역에 수색~광명 고속철도 지하화와 5개 신규 노선이 통과하는 등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을 고려해 철도역 지하화와 이로 인해 만들어질 철도역사 상부 유휴부지를 활용하는 종합적인 개발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철도공단은 특히 서울역 지하화와 그에 따른 지상부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핵심은 서울역에 몰리는 교통수요를 감안해 서울역의 종합적인 재정비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서울역은 이미 경부선과 경의선의 기점역이며 경부고속철도와 경부선 계통 열차의 출발역입니다. 또 수도권 전철 1호선과 4호선, 수도권 전철 경의·중앙선, 인천국제공항철도 등이 통과하는 철도교통의 중추입니다.

여기에 앞으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과 B노선, 수색~광명선, 신안산선 2단계, 신분당선 북부연장선, 유라시아선 등도 추가로 통과할 예정입니다. 이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노선 수요와 이용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선의 체계적인 배치가 불가피합니다.

게다가 철도역을 지하화하면서 생길 상부 공간과 주변 지역을 합친 19만5500여㎡ 부지를 계획적으로 활용할 방안도 필요합니다. 철도공단은 여기에 공원과 광장, 업무, 상업, 주거시설 등이 들어선 복합시설공간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한편 이같은 계획에 따라 서울역은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이하 ‘복합개발사업’)과 맞물려 대대적인 변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복합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봉래동2가 일대 철도 유휴부지에 MICE 시설과 오피스, 호텔, 하이엔드 주거시설 등이 결합된 대규모 복합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입니다. 연면적만 약 35만㎡에 달하는 데다, 지하 6층~최고 지상 38층 규모의 건물 5개 동이 들어서게 돼 이미 ‘강북의 코엑스’로 불리고 있습니다.

사업자인 한화 건설부문은 지난달 복합개발사업의 건축허가를 받았습니다. 2021년 서울시와 공공기여 사전협상을 완료하고 개발 계획안을 확정한 지 2년여 만에 관련 인허가를 모두 받은 것입니다. 한화 건설부문은 올해 중 본격적인 건설공사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이런 일련의 조치가 가시화되면 12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역은 또 한 번 변신하게 됩니다. 문화서울역284 누리집에 따르면 서울역은 1900년 7월 남대문 정거장으로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제대로 된 역사의 모습은 갖추지 못한 채 120㎡ 크기의 목조 가건물이 들어선 간이역이었습니다.

이후 서울역의 이름은 남대문역-경성역으로 바뀌었고, 1925년 9월 현재 우리가 보는 서울역 구역사가 준공됩니다. 그리고 1947년 11월 마침내 역 이름이 서울역으로 바뀌었고, 2004년 민자역사가 완공되면서 현재 모습이 됐습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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