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해협서 美유조선 나포…홍해 이어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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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1월 12일 0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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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에서 미국 유조선 세인트 니콜라스호를 나포했다. 사진은 세인트 니콜라스호가 ‘수에즈 라잔’이라는 선명(船名)을 쓰던 시절의 모습. 트레이드윈즈 제공
이란이 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에서 미국 유조선 세인트 니콜라스호를 나포했다. 사진은 세인트 니콜라스호가 ‘수에즈 라잔’이라는 선명(船名)을 쓰던 시절의 모습. 트레이드윈즈 제공
이란이 11일(현지시간) ‘중동의 화약고’로 불리는 페르시아만과 오만만 사이의 호르무즈해협에서 미국 유조선을 나포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이날 “이란 해군이 오늘 오전 오만만 해역에서 미국 유조선 ‘세인트 니콜라스호’를 나포했다”며 “법원 명령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해당 유조선이 올해 이란의 석유를 훔쳐 미국에 제공했다”고 전했다.

IRNA 통신도 “이번 나포는 유조선이 저지른 위반 행위와 미국의 이란 석유 절도에 대한 보복”이라고 보도했다.

마셜 제도 선적의 세인트 니콜라스호는 지난해 제재 대상인 이란산 석유 밀수에 연루된 바 있다. 당시 선명(船名)이 ‘수에즈 라잔’이었던 이 배는 이란산 원유 98만 배럴을 싣고 있다가 미 당국에 적발됐다. 그리스 해운회사 엠파이어 내비게이션은 혐의를 인정하고 240만 달러(약 31억 6000만 원)의 벌금을 내기로 했다.

엠파이어 내비게이션에 따르면 이날 해당 유조선에는 그리스인 1명과 필리핀인 18명이 승선한 상태였다. 유조선은 튀르키예 알리아가로 운송할 석유를 실으려고 이라크 바스라 인근 해상에 정박해 있다가 방향을 바꿔 이란의 반다르 에-자스크로 향했다.

튀르키예 국영석유회사인 투프라스는 로이터통신에 “선박에는 투프라스가 이라크 국영석유회사 소모(SOMO)로부터 구입한 약 14만 톤 원유가 있었으며 바스라 항구에서 우리 정유소로 오던 중이었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는 오만만 인근에서 군복 차림의 남성들이 세인트 니콜라스호에 무단 승선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경고한 바 있다. UKMTO는 선장과 통화 중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렸고, 이후 재차 통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해사보안 업체 앰브레이도 “세인트 니콜라스호에 6명의 군복차림 남성이 승선했고 이들은 곧바로 감시 카메라를 가렸다”며 선박자동식별장치(AIS)도 꺼졌다고 밝혔다.

미국은 나포 소식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기자들과 만나 “선박을 나포할 어떤 정당성도 전혀 없다”며 “선박을 당장 석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 당국의 나포는 지난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뒤 예멘의 친(親)이란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향해 무차별 공격하며 세계 해상 물류에 타격을 가한 상황에서 벌어졌다. 이란이 글로벌 교역 통로인 홍해와 호르무즈해협의 통제권을 동시에 과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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