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두 번째로 엘라스토머 섬유 개발… 기능성 섬유 시장서 러브콜 잇따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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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텍스

윈텍스 공장 내 방사실.
윈텍스 공장 내 방사실.
한국의 섬유산업은 1960∼70년대 경제 발전의 원동력으로, 오늘날 한국 경제의 기반을 다질 수 있게 한 주요 사업이다. 최근엔 천연소재를 활용한 섬유 생산은 줄어들고 기능성 섬유, 특수 섬유가 각광받고 있다. 특히 항공, 해양, 산업용 및 스포츠 용품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면서 특수 섬유 시장의 성장 속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메쉬 페브릭 양산 성공,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 확장
㈜윈텍스는 2000년부터 기능성 섬유를 개발, 생산하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주력 생산품은 메쉬 패브릭(사무가구용 특수 직물), 준불연직물, 신발용 원단 등이 있다. 특히 통기성과 탄력성이 뛰어난 특수 직물인 ‘서스펜션 메쉬 패브릭(Suspension Mesh Fabric)’은 세계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메쉬 패브릭은 구멍이 송송 뚫린 기능성 직물로 윈텍스는 2002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엘라스토머 소재를 활용한 메쉬 페브릭 양산에 성공한 바 있으며 2003년 국내 최초로 열가소성 엘라스토머 원단을 개발하는 데 성공해 뛰어난 기술력을 입증했다.

윈텍스의 고탄성 메쉬 직물 소재가 적용된 제품군.
윈텍스의 고탄성 메쉬 직물 소재가 적용된 제품군.
엘라스토머는 플라스틱 성질과 탄성이 좋은 고무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합성수지로 특유의 성질 때문에 건물 방음재, 자동차 범퍼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많이 쓰이는 소재다. 이 엘라스토머 원사를 압출해 한 올 한 올 꼬아 만드는 레노(Reno) 방식으로 직조한 섬유가 바로 메쉬 페브릭이다. 중국에서 비슷한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성능과 디자인 등 모든 부분에서 국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윈텍스의 제품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멀티, 모노필라멘트 가공 기술을 적용한 윈텍스의 메쉬 페브릭은 통기성과 복원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주로 사무용 의자의 등받이 원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글로벌 하인앤드 브랜드인 미국의 허먼밀러와 일본의 오카무라에 의자용 원단을 공급하고 있으며 특히 ‘시디즈’ ‘베스툴’ ‘다원체어스’ 등 국내 유명 의자 가구 업체에 사용되는 메쉬 소재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다. 2021년과 2022년에는 세계적인 스포츠웨어 브랜드 나이키의 에어조던 시리즈에 윈텍스의 고탄성 메쉬 직물 소재가 2년 연속 채택돼 기술력과 품질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아이더’ ‘프로스펙스’ 등 의류 브랜드와 손잡고 다양한 종류의 신발을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최근에는 신규 진출 분야로 엘라스토머를 사용한 자동차 내장재 제작을 염두에 두고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엘라스토머는 기존 자동차 시트인 폴리우레탄의 10분의 1 수준으로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장점이 있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소재부품기술사업에 선정돼 PVDF(불소수지) 섬유화 연구개발에 4년간 신소재 기능성 섬유를 연구하고 있다.

원스톱 시스템으로 품질 향상
윈텍스는 독자적 기술력을 무기로 꾸준히 성장해왔다. 이 중 수출액은 1100만 달러가량으로 주로 미국, 유럽과 일본, 중국의 기업과 활발히 협력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패션·섬유 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한 상황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다.

윈텍스의 성장 원동력은 독보적 기술력과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한 원스톱 생산 시스템이다. 특수 섬유 분야는 신규 제품과 혁신 제품의 개발 속도가 매우 빠르다.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는 것은 성패와 직결된다. 윈텍스는 매년 매출의 5% 이상을 연구개발(R&D) 비용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기술 혁신 및 품질 향상을 위해 신규·기존 설비의 개선에 꾸준히 노력해 왔다.

또한 원사 방사, 정경, 제직, 열처리, 검단 등 모든 공정을 직접 처리할 수 있는 원스톱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윈텍스는 중국과 베트남에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에서 대량 생산은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고객이 원하는 원사 종류부터 제직·가공 방식을 최대한 구현할 수 있는 맞춤형 생산 라인을 구축했다. 현재 1000종류 이상의 다양한 메쉬 원단을 생산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2021년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2022년 지역 선도 혁신 기업으로 선정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2022년에는 대한민국 엔지니어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김상현 윈텍스 사장(사진)은 “아직도 섬유 산업이라고 하면 대량 생산 규모의 산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저가 경쟁 시대에서 더 이상 대량 생산은 의미가 없다. 고객은 개인의 취향과 기호에 부합하는 맞춤형 상품을 선호한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윈텍스의 신념이며 경쟁력이다. 고객들이 원하는 디자인, 원하는 기술적인 특성이 있다면 즉시 연구에 착수해 밀착 대응한다. 결국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한다.

윈텍스는 위드코로나 시대의 신수요 확대와 신시장 진출을 목표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엘라스토머 베이스의 다양한 기초 소재를 응용·용합한 신소재 개발이 주요 내용이다. 열가소성 TPE 엘라스토머 신소재 개발, m-PVDF(폴리비닐리덴플로라이드) 소재 개발 등 향후 2∼3년 내에 신소재 개발을 통한 소재 원천 기술 확보로 주력 아이템의 가치 상승과 신수요 시장 개척이라는 투 트랙 지속 성장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리사이클, 생분해, 친환경 소재 제품의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ESG 경영의 실천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1세대 국부적 소재 재활용, 2세대 친환경 공정 개발, 3세대 재활용, 재사용, 폐기물 저감으로 방향성을 잡고 사업 분야를 확장해 재활용 소재의 원사 생산, 폐원단 재활용 제품 생산, 불소계 섬유화 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정 중 폐기물 저감을 위해 니트(knit) 설비를 도입, 생산 발생 중 로스를 최소화한 공정 개발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김 사장은 “미국 유럽, 중국 등의 해외시장에서 윈텍스의 충성 고객을 통해 인지도와 기술력의 차이를 인정받은 바 있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고객 및 시장 밀착형 신제품 개발에 더욱 매진하고 있다. 다품종·소량 수요 시장에 대비해 실시간으로 바이어에게 반응이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하고 고탄성 메쉬 패브릭 분야의 선두 주자로서 잘 갖춰진 인프라를 기반으로 독자적 신소재 아이템 개발과 시장 개척을 목표로 B2C 온라인 플랫폼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박윤정 기자 ong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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