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카카오의 SM 신주 취득 제동… 이수만 손 들어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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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인용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인수전에서 경쟁자 카카오를 따돌리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법원이 하이브와 손잡은 이수만 전 에스엠 총괄 프로듀서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카카오의 지분 확보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21부(수석부장판사 김유성)는 3일 이 전 총괄이 지난달 8일 에스엠을 상대로 낸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에스엠 지분 약 9.05%를 확보해 2대 주주가 되려던 카카오의 계획은 무산됐다.

앞서 에스엠 경영진은 지난달 7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에 제3자 배정 방식으로 1119억 원 상당의 신주와 1052억 원 상당의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그러자 이 전 총괄은 곧장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재판부가 이 전 총괄의 손을 들어주면서 하이브가 에스엠 경영권 확보를 위한 ‘7분 능선’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이브가 확보한 지분은 이 전 총괄에게서 사들인 14.8%, 이 전 총괄의 남은 지분 3.65%, 최근 갤럭시아에스엠으로부터 사들인 지분 약 1%까지 19.5%에 달한다.

하이브, ‘SM 인수전’ 우위 선점… 실탄 9000억 쥔 카카오 고심


법원, 카카오의 신주 취득 제동



하이브, SM 지분 15.8% 일단 보유
공개매수 등 통해 20% 확보 전망
카카오, 지분매입-공개매수 가능성
일각선 “인수포기도 배제할수 없어”



법원이 3일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의 카카오에 대한 신주·전환사채 발행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에스엠 인수전에서 일단 우위를 점했다. 주식을 새로 확보해야 하는 카카오가 20% 상당의 지분을 확보한 하이브에 계속 맞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우위에 선 하이브, 카카오 반격 나서나

가처분 인용 직후 이수만 전 에스엠 총괄 프로듀서는 ‘에스엠 가족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에스엠의 ‘포스트 이수만’은 나의 오래된 고민이었고, 내 최선의 선택은 하이브였다. 방시혁 의장이 나와 같은 애정으로 아티스트들을 대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라며 법원의 결정을 환영했다. 하이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에스엠 현 경영진의 위법한 시도가 저지되고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게 될 것”이라며 반겼다.

20%가량의 지분을 확보한 하이브는 여세를 몰아 이달 말 주주총회에서 자신들이 제출한 경영진 후보가 선임되도록 공을 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카카오는 지분 확보가 막히면서 셈법이 복잡해졌다. 에스엠을 인수하려면 이제 ‘원점’에서 지분을 새로 확보해야 한다. 물론 카카오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으로부터 조달한 9000억 원대 실탄을 바탕으로 지분 확보에 나설 가능성도 없진 않다. 계열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최근 “필요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나선 만큼 카카오가 쉽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만약 카카오가 지분 확보전에 뛰어들 경우 국민연금, KB자산운용 등 카카오에 우호적인 입장으로 분류되는 주요 투자자들의 지분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사들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2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맞불 공개매수를 시도할 수도 있다. 김도현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엔터테인먼트·미디어산업 리더는 “카카오는 멜론 등 음악 사업의 미래가 불안해져 에스엠 인수에 나섰기에 대안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에스엠 인수에는 발을 빼면서 사업적으로 하이브와 손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 방시혁 “적대적 M&A 아냐” vs 에스엠 “독과점 기업군 탄생”

하이브와 에스엠 현 경영진은 이날도 공방을 이어갔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이날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주주의 지분을 인수한 것을 적대적 M&A라고 하는 것은 선전용 용어”라고 했다. 이어 에스엠 경영진을 겨냥해 “대주주 없이 회사를 마음대로 운영하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방 의장은 “최근의 케이팝 성장률은 둔화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군 입대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면 다행이지만 이대로 두면 위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독과점 우려에 대해 방 의장은 “해외로 빠지는 물량을 빼고 나면 에스엠과 하이브가 한국에서 파는 CD 물량을 다 합쳐도 독점이 되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에스엠 경영진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경영에 법적 책임을 지는 이사회의 동의 없이 강행하는 인수와 합병이 적대적 M&A”라며 “하이브와 에스엠 결합 시 전체 시장 매출의 66%를 차지하는 독과점적 기업군이 탄생해 케이팝의 다양성을 저해하고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서울대에서 열린 토론회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이번 분쟁은 케이팝 제작 시스템의 전근대적인 경영 구조, 1세대 오너 리스크와 세대교체 등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며 “분쟁의 해결 방향에 따라 케이팝 제작 시스템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법원#카카오#sm 신주 발행 금지#가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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