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제 법원장’ 54%, 대법원장이 임명한 수석부장판사 출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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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2곳 중 8곳 ‘수석부장’ 임명 등
5년간 법원장 28명 중 15명 발탁
“인사권 견제 도입취지 무색” 지적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통해 임명된 법원장 중 53.6%가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명한 수석부장판사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선 대법원장의 권한 분산을 위해 추진된 법원장 추천제가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이 27일 단행한 고위법관 인사에 따르면 법원장 후보 추천이 부결된 울산지법과 제주지법을 제외하고 지방법원 및 가정법원 12곳 중 8곳(66.7%)에서 각 법원의 수석부장판사가 법원장으로 임명됐다. 이들은 모두 김 대법원장이 수석부장판사로 임명했다. 이로써 법원장 추천제가 시작된 2019년부터 이번 정기인사까지 발탁된 법원장 28명 중 15명(53.6%)이 김 대법원장이 임명한 수석부장판사 출신으로 채워졌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일선 법관들이 투표를 통해 법원장 후보 1∼3명을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최종 임명하는 제도다. 인사의 절차적 공정성과 투명성 확대, 대법원장 인사권 견제를 명분으로 2019년 의정부지법과 대구지방법원에서 시작됐다. 올해부터는 전국 최대 규모인 서울중앙지법을 포함해 모든 지방법원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도입 직후부터 법원 판사들과 자주 접촉하는 수석부장판사들이 후보로 추천되고, 최종 선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취지에 맞느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최종 결정권을 가진 대법원장이 자신이 임명한 수석부장판사를 법원장에 앉히는 경우가 많아 기수 등을 토대로 대법원장이 법원장을 임명했던 시절보다 오히려 더 자의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아무리 밑에서 후보자를 추려도 결국은 대법원장이 자신이 임명한 수석부장판사들을 법원장으로 임명하는 경우가 많다”며 “수석부장판사의 프리미엄이 제거되지 않으면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다음 달 20일자로 서울중앙지법원장에 부임하는 김정중 서울중앙지법 민사2수석부장판사와 서울북부지법원장에 부임하는 박형순 부장판사를 포함해 진보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최소 2명이 법원장에 임명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대법원장은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지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추천제 법원장#대법원장#수석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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