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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컬처 키워드/김필남]유년 시절 콘텐츠는 힘이 세다

김필남 영화평론가
입력 2023-01-25 03:00업데이트 2023-01-25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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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남 영화평론가김필남 영화평론가
최근 1990년대 문화 콘텐츠와 브랜드 등이 소환되고 있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와 ‘포켓몬빵’의 인기로 대표되는 복고 열풍은 최근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로 정점을 찍는 분위기다. 이런 유년 시절 콘텐츠 열풍의 배경에는 가장 풍요로운 시기의 대중문화 세례를 받고 자란 3040세대가 있다.

1990년대에는 이전과 다른 문화적 감각이 싹트기 시작했다. 문화 수출을 목표로 하는 정부 정책 변화로 몰래 보고 듣던 일본 대중가요나 애니메이션이 개방됐고 1세대 아이돌 HOT나 핑클, SES 등이 등장했다. 이 문화와 아이돌의 춤과 노래는 당시 10, 20대의 문화적 감성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이들은 오늘날 3040으로 사회 중추 역할을 맡고 있다.

한동안 대중문화와 멀어졌던 이들이 최근 10대 때 즐겼던 과거 문화를 열정적으로 소비하고 있다. 포켓몬 빵을 구하기 위해 슈퍼를 배회하는 3040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1996년 발매된 포켓몬스터는 10대 초반의 어린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게임, TV, 애니메이션 등으로 제작되며 이후 문구와 액세서리 등의 상품까지 개발됐다. 포켓몬 친구들을 하나둘 만나며 성장해 가는 주인공을 보며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던 유년의 기억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3040이 띠부실을 구하러 다니는 이유는 달콤함이 아닌 귀여운 피카츄의 기억을 느끼기 위함이다.

최근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유년 시절을 추억하는 3040의 N차 관람으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전국 제패를 꿈꾸는 북산고 농구부의 열정과 도전을 소재로 하는 만화 ‘슬램덩크’는 전 세계적으로 1억7000만 부가 판매된 인기작으로 1990년대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3040은 이 영화가 과거 자신,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조우하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고 입을 모은다.

영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은 다양하다. 스토리가 주는 즐거움일 수도 있고, 훌륭한 미장센이 주는 감동일 수도 있으며, 배우의 열연이 안기는 희열일 수도 있다. 3040들에게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단순히 영화로 소비되지 않는다. 만화 속 인물들을 현실처럼 느끼고 동화됐던 그때 그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기폭제로 작동하는 것이다.

문화는 우리 삶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준다. 특히 감수성이 말랑말랑한 성장기에 받아들인 문화는 평생 잊히지 않는다. 10대였던 그들은 이제 아재로 불리지만 슬램덩크 속 인물들은 포기를 모른 채 여전히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중년 관객들은 “나는 천재니까”를 남발하던 강백호의 패기와 꿈을 지켜보며, 내일에 대한 걱정 없이 행복했던 자신들의 유년을 추억할 것이다. 유년 시절의 콘텐츠가 지닌 힘은, 거기에 있다.



김필남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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