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장택동]공직감찰반 부활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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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 컨트롤타워나 옛날 특감반 이런 거 있죠? 그런 거 안 하고. 사정은 사정기관이 알아서 하는 거고….” 5월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 문답에서 한 말이다. 특감반은 청와대에 있던 공직감찰반의 옛 이름인 특별감찰반의 줄임말이다. “대통령비서실의 사정, 정보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겠다”며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공직감찰반을 없앤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불과 7개월 만에 공직감찰반 부활 논란이 일고 있다.

▷공직감찰반은 공직자들에게 ‘저승사자’로 불렸던 곳이다. 경찰, 검찰, 국세청 등에서 파견된 멤버들이 대통령 친인척과 고위공직자의 비리 정보를 수집하고 혐의가 짙으면 수사기관으로 넘겼다. 그 뿌리는 박정희 정부에서 미국 연방수사국(FBI)을 표방하며 1972년 설치한 치안본부 특별수사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태우 정부에서는 경찰청 조사과로 소속이 바뀌었고 ‘사직동팀’으로 불렸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 2003년 청와대 내에 정식으로 특별감찰반이 설치돼 15년간 이어지다 이름이 변경됐다.

▷은밀하게 이뤄지던 감찰반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은 2018년 말이었다. 당시 특감반원이었던 김태우 검찰 수사관은 ‘민영기업인 공항철도 임직원에 대한 비위 조사를 지시받았다’고 폭로했다. 민간인 사찰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가 작성한 첩보 보고서 목록 중에는 전직 총리 아들의 사업 현황, 민간은행장 동향 등과 관련된 내용도 있었다. 또 당시 조국 민정수석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한 혐의로 나중에 기소되는 등 감찰을 둘러싼 복마전도 벌어졌다.

▷정부는 공직감찰반의 기능을 대통령실 대신 국무총리실에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총리실 산하에는 공직기강을 담당하는 공직복무관리관실이 있는데, 이 조직을 보강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공직감찰반 부활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두 조직은 공직자의 비리를 감찰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비슷하다. 공직복무관리관실의 전신인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 사찰로 물의를 빚은 전력이 있다는 점도 공직감찰반과 닮았다. 감찰은 총리실에서 하더라도 그 내용은 결국 대통령실과 공유될 수밖에 없다.

▷본래 공직자에 대한 감찰은 독립기관인 감사원이 할 일이다. 대통령 친인척 관리가 문제라면 6년 넘게 공석인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면 된다. 여기에 대통령 친인척 및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를 전담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있다. 공직비리 척결에 반대할 사람은 없겠지만 지금 있는 기관들을 활용하는 것이 먼저다. 기껏 없앤 옥상옥(屋上屋)을 소속을 바꿔 다시 만드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
#공직감찰반#저승사자#공직감찰반 부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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