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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은퇴후 소득 3분의 1토막 되는데 “노후준비 잘돼 있다” 8.7% 그쳐

입력 2022-12-06 03:00업데이트 2022-12-0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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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노후는 안녕하십니까]
공기업에서 33년간 근무하다가 2014년 퇴직한 이모 씨(66)는 아파트 관리소장을 거쳐 최근 드론을 가르치는 강사 일을 시작했다. 국민연금 164만 원만으론 부부의 노후 생활비를 대기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강사 일로 70만 원가량 더 벌지만 연금과 합친 월 소득은 은퇴 전 월급의 30%에 그친다. 그는 “퇴직금은 일찍 찾아 썼고 그나마 10년 이상 부었던 개인연금을 중도에 깬 게 후회된다. 나이가 더 들면 드론 강사도 못할 것 같아 안전기사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고령층의 ‘인생 2막’이 흔들리고 있다. 국민연금은 고갈 위기에 놓였고 퇴직·개인연금은 덩치는 커졌지만 쥐꼬리 수익률로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고령층은 901만8000명으로 처음 900만 명을 돌파했다. 전체 인구의 17.5%다. 3년 뒤엔 고령인구 비중이 20.6%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하지만 고령층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올해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가구주가 은퇴하지 않은 가구 중 ‘노후 준비가 잘돼 있다’고 한 가구는 8.7%에 불과하다. 66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 50% 이하인 인구 비중)은 39.3%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이 2020년 기준 31.2%로 OECD 평균(51.8%)보다 낮은 영향이 크다. 이를 보완할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3층 연금’의 체계도 미흡하다. 신석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앞으로 은퇴할 세대가 제대로 노후 준비를 할 수 있도록 국민연금에 더해 2, 3층 연금까지 아우르는 연금 전반의 구조개혁이 시급하다”고 했다.

한국은 은퇴부부 연금 月138만원… “70세에도 생활비 벌어야”


〈1〉연금개혁 서둘러야 재앙 막는다
은퇴부부 ‘적정생활비’ 314만원… ‘연금액 적정성’ 44국중 42위
일자리 시장서 72세까지 고된 삶
“자산 80%가 부동산… 세금 압박, 주택연금 등 부동산 현금화 필요”


중소기업 영업본부장을 지냈던 백모 씨(65)는 9년 전 퇴직 직후 아파트 경비 일을 시작했다.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아무 소득 없이 지내야 하는 ‘은퇴 크레바스(절벽)’을 메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경비 월급 180만 원으로는 생활비와 중학생 자녀들의 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자녀들의 대학 진학을 앞두고 퇴직금에 대출 4000만 원을 보태 숙박 사업에 나섰다. 백 씨는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는 아들의 등록금과 생활비로만 연간 최소 1700만 원이 들어가 대출을 내면서까지 사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살기 바빠서 노후 준비라고는 국민연금 100만 원 정도 나오겠지 생각한 게 전부였다. 이렇게 힘든 줄 알았으면 미리미리 준비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대다수 고령층은 백 씨처럼 은퇴 후 편안한 노후를 보내는 게 아니라 생존을 위해 힘든 몸을 이끌고 끊임없이 일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55∼64세가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나이는 평균 49.3세였지만 노동시장에서 퇴장하는 실질 은퇴 나이는 72.3세로 조사됐다. 그만큼 한국의 노후소득 보장 체계가 미흡하다는 뜻이다.
○ “한국 연금 제도 44개국 중 38위”

5일 글로벌 컨설팅기업 머서가 발표한 ‘2022 글로벌 연금지수’ 평가에 따르면 한국은 C등급(51.1점)을 받아 조사 대상 44개국 중 38위에 그쳤다.

특히 연금액의 적정성과 정부 지원, 연금 자산 성장 등을 평가한 ‘적합성’ 항목(40.1점)은 42위였다. 머서는 “한국 15∼64세 연령층의 노인 부양 부담률은 2052년 77%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노인 인구 의존도 부분에서 0점을 줬다.


한국은 1층 국민연금과 2층 퇴직연금, 3층 개인연금으로 이어지는 ‘3층 연금’ 구조를 갖췄지만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금 도입 시기가 늦고 금액도 적어 노후 생활 보장에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55∼79세 인구 가운데 공적·사적연금을 받은 사람은 49.4%에 불과했고 월평균 수령액도 69만 원에 그쳤다. 부부 2명을 기준으로는 138만 원으로, 은퇴 이후 적정 생활비(올해 가계금융복지조사)로 조사된 314만 원의 44%에 그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의 베이비부머들은 3층 연금을 제대로 준비하기 힘들었던 세대”라며 “부족한 연금에 고령층의 질 낮은 고용 문제까지 결합돼 훨씬 힘든 노후를 보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 “집값 올라 노후 세금 폭탄… 쓸 돈이 없어”
중소기업에 다니다가 2년 전 은퇴한 김모 씨(62)는 매달 받는 국민연금 170만 원을 고스란히 보험료로 쓰고 있다. 지난해 암 수술을 받은 뒤 실손의료보험 등 건강 관련 보험료 지출을 크게 높인 탓이다.

김 씨는 현재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에서 나오는 월세 50만 원과 도서관에서 블로그 등을 가르치며 받는 월급 50만 원으로 생활비를 겨우 충당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거주 중인 아파트와 오피스텔 가격이 뛰면서 올해 처음 종합부동산세 1000만 원을 내게 생겼다. 김 씨는 “그동안 월세로 받은 것보다 더 많은 세금 폭탄을 맞았다”며 “당장 생활비도 부족한데 세금은 어떻게 내야 할지 잠이 안 온다”고 했다.


부동산에 쏠려 있는 자산 구조와 노후에 급증하는 의료비도 한국 고령층의 노후를 위협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가계 자산 중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 비중은 64.4%나 된다. 미국(28.5%), 일본(37.0%) 등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다. 특히 고령층 자산의 79∼81%가 부동산에 쏠려 있는 가운데 최근 집값 급등으로 세금 부담이 늘면서 은퇴 세대의 노후를 짓누르고 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집은 있는데 현금이 부족한 은퇴 세대는 주택연금 등을 통해 부동산을 현금화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세대는 ‘3층 연금’에 적립하는 돈이 선진국에 비해 결코 작지 않기 때문에 연금 전반의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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