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실질심사제 도입 등 사법개혁 초석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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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 前대법원장 별세
YS-DJ정부 6년간 사법부 이끌어
특허-행정법원 신설 전문화 기틀
靑 파견 중단 등 법원 독립성 확보

윤관 전 대법원장이 1997년 10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국정감사에 출석해 발언하는 모습. 동아일보DB
윤관 전 대법원장이 1997년 10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국정감사에 출석해 발언하는 모습. 동아일보DB
20세기 마지막 대법원장으로 21세기 사법부의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 윤관 전 대법원장이 14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

윤 전 대법원장은 1935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광주고와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58년 제10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해 1962년 광주지법 순천지원 판사로 임관했다. 이후 서울민사지법, 서울형사지법, 서울고법 등에서 근무했다. 1986년 대법관에 임명됐고 1993년 제12대 대법원장에 올라 김영삼 김대중 정부에 걸쳐 6년간 사법부를 이끌었다.

고인은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며 사법제도 개혁의 초석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7년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피의자를 판사가 직접 심문해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 제도를 도입했다. 종전에는 판사가 수사기록만 보고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했는데 윤 전 대법원장이 ‘피의자 방어권 보장과 헌법정신’을 내세우며 영장제도를 개선한 것이다. 이 제도 도입 직전인 1996년 15만4435건에 달했던 구속영장 청구 건수는 이후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2만1988건이 됐다. 1998년에는 전문법원인 특허법원과 행정법원을 신설해 법원 전문화의 기틀도 마련했다.

고인은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 대법원장이 공항에 나가는 관행을 없애는 등 권위주의 정권에서 이어진 구습을 타파하고 사법부 독립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법원장실과 일선 판사실에 걸려 있던 대통령 사진도 떼어냈고, 청와대로 판사를 파견하고 정보기관 직원이 법원을 출입하는 관행도 중단시켰다. 윤 전 대법원장은 1999년 9월 퇴임사에서 “지난 6년은 사법 역사에 새 이정표를 세우는 전환의 시기였다”며 “지금까지 이룩한 사법개혁의 성과 위에서 미래를 위한 개혁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인은 대법원장 재임 6년간 매일 점심을 구내식당에서 배달시켜 집무실에서 혼자 해결했다. 공식 일정 외에는 외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해 ‘수도승’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대법원장 판공비를 절약해 전국 법원 직원들에게 1인당 2만∼3만 원씩 추석 격려금을 줬다는 일화도 있다. 고인은 37년 법관 생활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유족으로 부인 오현 씨와 아들 윤준 광주고법원장, 윤영신 에듀조선 대표, 윤영보 윤영두 씨 등이 있다. 장례는 법원장으로 치러지며 빈소는 서울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16일 오전 9시. 02-2227-7500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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