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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64만명이 모은 산불 성금 508억원… 희망의 마중물이 되다

입력 2022-06-30 03:00업데이트 2022-06-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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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다시 희망으로]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올봄 경북 울진서 일어난 대형 산불
당일 대피소에 구호물자 5만점 전달… 시민-기업-단체서도 십시일반 성금
정부와 지원 방향 놓고 수차례 협의… “재난 상황서 피해이웃에 집중할 것”
HUG 주택도시보증공사, IBK기업은행, KB국민은행, LG유플러스, LH 한국토지주택공사, 강원랜드, 동서식품, 롯데, 롯데 유통부문, 삼성물산, 유니클로, 한국가스공사, 현대글로비스, 현대중공업 그룹 1% 나눔재단 등 여러 기업 후원으로 만들어진 희망브리지의 구호물품들.
3월 4일, 경북 울진군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같은 날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이하 희망브리지) 김정희 사무총장은 포항에서 5년 전 지진 피해 이웃의 이야기를 듣던 중 산림청의 ‘산불 대응 1단계’ 발령 소식을 접했다. 그 순간 김 사무총장은 산불이 크게 번질 위험이 있다고 생각했다. 겨우내 이어진 메마른 날씨에 이날 강풍까지 불어서였다. 그는 경남 함양군과 경기 파주시에 위치한 희망브리지 재해구호물류센터에 연락해 산불 현장에 곧바로 구호물자를 보낼 수 있도록 한 뒤, 차를 몰아 울진으로 향했다.

64만 시민·기업·단체 모금에 동참


3월 5일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관계자가 경북 울진군 울진국민체육센터에서 구호물자를 옮기고 있다.
산불은 예상보다 크게 번졌다. 거센 불길에 6000명 넘는 주민들이 대피해야 했다. 희망브리지는 산불 발생 당일 몸만 간신히 빠져나온 주민들에게 생필품과 의류 등으로 꾸린 구호 키트 4만여 점, 생수 8000병, 모포 1200점 등 5만 점 넘는 구호물자를 건넸다. 시민과 기업, 단체의 기부금으로 희망브리지가 마련해 두 곳의 재해구호물류센터에 비축해 둔 것이었다.

불은 축구장 3만 개 크기를 태운 후에야 10일 만에 꺼졌다. 역대급 산불에 시민과 기업, 단체들은 다시금 어려움에 빠진 이웃을 위해 성금을 희망브리지로 보내왔다. 산불 발생 4일 만에 모금액은 200억 원을 넘어섰다. 현대차그룹, 삼성, 포스코그룹 등 기업과 김봉진·설보미 부부, 김연아, 김혜수, 박민영, 송강호, 신민아, 아이유, 이병헌, 이제훈, 이종석, BTS 슈가 등 유명인과 시민들의 기부금은 64만6584건, 508억4574만2352원에 이른다(4월 11일 기준).

정부, 다른 단체들과 함께 성금 용처 두고 치열하게 고민


4월 5일 경북 울진군 죽변해양바이오농공단지에서 이재민 임시 주거시설을 설치하는 희망브리지 관계자들.
산불 발생 한 달여 만인 4월 12일, 전파 가구 9000만 원, 반파 가구 5000만 원, 부분소 가구 1300만 원, 세입자 3400만 원 등 주택 피해 이웃들에게 299억여 원이 전달됐다. 피해 가구 선정은 지방자치단체 집계에 따랐고, 지원 규모는 희망브리지를 비롯해 주요 모금 기관들과 정부가 3차례에 걸친 기부금 협의체 회의를 통해 정했다. 단체마다 각자 이재민을 도울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지원의 중복·편중·누락을 막기 위해 모금단체와 정부는 2019년 강원 산불에 이어 두 번째로 지원 대상과 규모를 함께 정했다. 기부금 협의체는 주택 피해 추가 지원, 송이 농가 지원 등을 놓고 치열하게 협의 중이다.

희망브리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체적으로 산불 피해를 조사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성금 지급에 오류를 막고, 사각지대를 발굴함으로써 기부한 국민의 뜻을 철저하게 받들기 위해 희망브리지는 전문가 그룹에 조사를 의뢰해 집계를 보완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투명성, 효율성 최고’ 4년 연속 최고등급


3월 9일 경북 울진군 한울원전 내 소방 긴급구조통제단 현장 지휘소에서 희망브리지 관계자들이 물품을 옮기고 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제공
희망브리지는 국내 유일 민간 공익법인 평가기관 ‘한국가이드스타’로부터 회계 투명성과 신뢰성 평가에서 4년 연속 최고등급을 획득했다. 광고를 거의 하지 않고 불필요한 지출도 최소로 한 덕분이다.

3월 9일 경북 울진군 한울원전 내 소방 긴급구조통제단 현장 지휘소에서 희망브리지 관계자들이 물품을 옮기고 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제공
김정희 사무총장은 “기후위기로 전보다 재난이 잦아졌고 그 피해도 커지고 있으며, 코로나19 같은 감염병도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기부자분들이 모아주신 소중한 성금이 희망으로 나아가는 마중물이 되도록 희망브리지는 언제나 재난 피해 이웃들을 돕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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