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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한미정상회담, 尹 외교의 입장 아닌 실력 보일 때다[동아시론/전재성]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입력 2022-05-11 03:00업데이트 2022-05-1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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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인 美, ‘진짜 동맹’ 구별 시급한 상황
바이든 최대 의지처, 마음 맞는 파트너 돼야
동맹 강화, 北-中과 긴밀 외교가 尹의 과제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외교의 중심축으로 삼겠다고 했다. 열흘 후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그 축을 세워야 한다. 미국은 지금 전쟁 중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길었던 아프간 전쟁이 끝난 지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임하게 되었다. 미군이 참전하지는 않지만 동맹을 총동원해 조달전, 정보전, 경제전을 치르고 있다. 그 뒤에는 핵전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 전쟁에서 밀리면 우크라이나를 잃는 것이 아니라 유럽에서, 세계에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잃게 된다는 것이 미국의 생각이다. 아프간 종전이 탈냉전 30년을 마감한 것이었다면, 알 수 없는 미래의 세계질서를 향한 최초의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것이 미국의 생각이다.

임기 중 최초로 방문하는 아시아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아시아의 동맹국 정상들을 만난다. 사실 미국이 준비하는 진짜 경쟁의 상대는 중국이다. 러시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미국 역사상 최강의 라이벌이다. 미국이 주도해온 자유주의 세계질서가 약화되면 중국과 러시아 주도의 권위주의 세계질서가 도래할 것으로 미국은 본다. 강대국 간 힘겨루기가 아니라 질서를 바꾸는 전쟁이 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전쟁 중에는 동맹을 찾고 기대기 마련이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말은 지금 바이든 대통령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한미동맹 역시 전쟁 중에 태동되었다. 미국의 패권을 복원하려는 바이든에게 미래를 같이할 진짜 동맹과 과거의 동맹을 구별하는 일은 시급한 사안이다. 기본으로 돌아가 어떤 가치와 이념, 정체성에 근거하여 누구와 편을 만들어 세계질서를 만들어 나갈 것인지 근본적 변화의 시기에 서 있는 것이다.

열흘 후의 한미 정상회담은 세계질서를 놓고 한미가 같은 생각을 하는지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윤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 주도 자유주의 질서의 수혜자라고 말한 바 있다. 맞는 말이지만 충분하지 않다.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미국이 주도한 것은 맞지만 한국 역시 이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 이 역할은 더 커질 것이다. 한미동맹의 핵심은 한미 양국 주도의 자유주의 세계질서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의 문제이다. 그 속에서 한국의 이익을 어떻게 극대화할지 미국과 국익이 어떻게 같고 다른지는 다음의 문제이다. 이번이 아닌 다음의 정상회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미국은 여러모로 예전의 미국이 아니다. 트럼프 시대에 우리는 거래하는 미국을 경험했다. 친구가 아닌 비즈니스 상대를 놓고 가치가 아닌 이익을 추구하는 미국이었다. 윤 정부가 상대하는 미국은 180도 다른 미국이다. 작년 한미 정상회담은 트럼프를 대하는 식으로 바이든을 대하여 이익이 교환된 정상회담이었다. 이번 정상회담은 이익이 아닌 가치와 정체성의 회담이 될 것이다. 한국은 우리의 가치에 기반한 미래의 세계질서 비전을 보여주며 미국과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

미국이 더 이상 최강의 패권국이 아니고 예전 같지 않은 파트너인 것은 확실하다. 그 틈을 가장 잘 파고든 것이 일본이다. 지금의 인도태평양 질서는 미일 공동 주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순방도 도쿄에서 열리는 쿼드 정상회담이 주목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 만난 후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만나 한국과 일본의 세계질서 주도 능력을 비교할 것이다.

한미동맹은 한국에 강력한 정책 자산이며 이제는 선진 중견국인 한국이 주도할 수 있는 자산이기도 하다. 동맹을 강화하면서 중국, 북한과 더 긴밀한 외교를 할 수 있는가가 윤 정부가 마주한 가장 큰 도전이다. 입장을 보여줄 때가 아니라 실력을 보여줄 때이다. 미국은 강대국 정치의 관점에서 중국과 경쟁하지만, 중국은 공식적으로 기존 규칙기반 세계질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미중 3국 간 남아 있는 공통이익을 최대화하는 것은 윤 정부의 몫이다.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시계를 돌리기 시작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는 것도 과제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금이 신냉전이라고 명확하게 정의했다. 사실과 다르다. 신냉전의 구도가 북한에 유리하기 때문에 신냉전을 바라는 마음인 것이다. 신냉전이 아닌 공생의 세계질서를 한국이 만들어가는 실력을 보일 때 더 큰 틀에서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 순방을 마친 바이든 대통령에게 최대의 의지처, 마음 맞는 파트너가 한국이라는 생각을 내심 갖게 만들 수 있다면 우리의 외교공간은 넓어질 것이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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