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장 떼고 평가”…웹소설 공모전에 역대급 상금 내건 네이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7일 10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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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연 네이버웹툰 웹소설 총괄 리더와 송준서 문피아웹소설 본부장. 사진 제공 네이버웹툰
박제연 네이버웹툰 웹소설 총괄 리더와 송준서 문피아웹소설 본부장. 사진 제공 네이버웹툰
10억 원.

네이버웹툰과 문피아가 다음달 11일부터 진행하는 ‘2022 지상최대웹소설공모전’의 총 상금이다. 대상 1개 작품 1억 원, 최우수상 5개 작품 각 5000만 원 등 10억 원의 상금은 국내 문학 공모전 중 최고 금액이다. 문학동네 소설상 상금인 5000만 원을 비롯해 국내 순수문학 상금을 훌쩍 뛰어넘는다. 웹소설 업계에서도 카카오페이지가 올 2~3월 진행한 ‘2022 스테이지 웹소설공모전’의 총 상금 5억 원의 2배에 달한다.

왜 이런 거액을 들여 공모전을 여는 걸까. 26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웹툰에서 만난 박제연 네이버웹툰 웹소설 총괄 리더(45)와 송준서 문피아웹소설 본부장(46)은 “여러 업계에서 일하는 다양한 신인 작가들을 웹소설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창작의 세계엔 경계가 없어요. 웹소설 시장 규모가 6000억 원으로 커지면서 순수문학, 드라마, 영화 작가 지망생들이 웹소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죠. 기성작가와 신인작가가 모두 응모할 수 있습니다. 누구든 계급장 떼고 웹소설의 세계에서 평가 받는 거죠.”(박 리더)

두 플랫폼이 공모전을 여는 건 웹소설의 다양화를 꾀하기 위한 전략이다. 네이버웹소설의 플랫폼인 네이버시리즈의 2018~2021년 연평균 성장률은 50%에 달한다. 네이버시리즈에 현재 20만 편 이상이 연재되고 있지만 독자들은 여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원한다. 송 본부장은 “현직 의사, 검사, 형사도 직업의 세계를 판타지 웹소설로 창작하고 있다”며 “트렌드가 수시로 바뀔 정도로 독특한 웹소설이 쏟아지고 있다”고 했다.

공모전은 응모자가 온라인 사이트에 직접 작품을 연재하는 ‘오픈 연재’라는 방식을 택했다. 순수문학 공모전과 달리 온라인 플랫폼에 작품을 연재하는 웹소설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박 리더는 “독자와의 호흡을 중시하자는 차원에서 심사위원이 독자의 평가를 반영해 수상작을 결정한다”고 했다. 송 본부장은 “공모전 참가 조건이 1화 당 4000자 이상, 총 30화 이상”이라며 “웬만한 장편소설 분량인 12만 자 이상을 쓸 수 있는지 예비 웹소설 작가에게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9월 문피아 최대 주주가 됐다. 웹소설 업계에서 큰손으로 불리는 두 플랫폼이 손을 잡은 건 지식재산권(IP)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영상이나 웹툰과 비교해 작품 길이가 길고 기승전결이 탄탄한 웹소설은 IP의 원천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 박 리더는 “문피아는 IT(정보통신) 기업들이 웹소설 시장에 뛰어들기 전부터 ‘찐 독자’를 취향을 찾아온 만큼 협업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송 본부장은 “공모전은 두 플랫폼이 함께 하는 첫 행보라는 점에서 웹소설의 가능성을 시험할 수 있는 잣대”라고 했다.

누적 조회수 1억7400만 회를 넘어서고 현재 영상화가 진행 중인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처럼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이 또 나올 수 있을까. 두 사람은 자신 있게 답했다.

“끊임없이 투자해야 제2의 ‘전지적 독자 시점’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공모전을 여는 건 좋은 작품 뿐 아니라 좋은 작가를 찾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올해를 이끌 웹소설 작가를 여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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