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안통해” 日백화점 1위의 고백… 30년새 매출 반토막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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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밀리고 코로나 직격탄… 과거 소비문화-유행 주도했지만
영업적자 누적에 폐업-매각 나서… 일각 “부동산으로서 가치만 있을뿐”
가전판매점-패스트패션 유치 등 새로운 먹거리 찾기 위해 안간힘

7일 일본 긴자의 고급 백화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한때 일본의 소비문화 유행을 주도했던 백화점들이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거래 활성화 등으로 깊은 불황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7일 일본 긴자의 고급 백화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한때 일본의 소비문화 유행을 주도했던 백화점들이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거래 활성화 등으로 깊은 불황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7일 오후 일본 도쿄 번화가 긴자(銀座)의 고급 백화점. 지하 1층 에스컬레이터 옆 샤넬 화장품 코너에서 직원 6명이 분주하게 매장을 정리하고 있지만 손님은 보이지 않았다. 같은 층에는 슈에무라, 디오르같이 한국에도 익숙한 해외 유명 화장품 매장이 줄지어 있지만 손님은 간간이 한 명씩 들를 뿐이었다. 거리는 북적였지만 백화점은 한산했다.

한때 세계 유통업계 롤모델로 불리던 일본 백화점이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인터넷쇼핑 대형마트 등이 커지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적자가 이어지거나 폐업하고 있다. 일본 백화점 1위 미쓰코시이세탄홀딩스 호소야 도시유키(細谷敏幸) 사장은 “이제까지의 백화점 비즈니스 모델이 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백화점 매출 30년 만에 ‘반 토막’

이날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소비문화와 유행의 중심이던 백화점이 한계에 부딪혀 매각, 폐업이 잇따른다고 보도했다. 일본백화점협회에 따르면 1991년 9조7000억 엔(약 96조 원)으로 정점을 찍은 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4조4200억 엔으로 절반 이상 떨어졌다. 2008년 일본 전역 280곳이던 백화점 수는 지난해 말 189곳으로 줄었다.

미쓰코시이세탄, 다카시마야, 소고·세이부 등 내로라하는 백화점들은 지난해 일제히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소고·세이부를 운영하는 세븐&아이홀딩스는 주력 사업인 편의점(세븐일레븐)에 집중하기 위해 백화점 매각에 나섰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입지 좋은 부동산으로서 가치가 있을 뿐 백화점 사업 자체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는 없다”고 말했다.

백화점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아마존 라쿠텐을 비롯한 인터넷쇼핑몰이 성장하고 교외의 대형 쇼핑몰, 아웃렛 등이 각광받으며 도심 한복판 전통적 백화점은 외면받고 있다. 소비자는 30년째 이어지는 일본 경기침체로 백화점 유명 브랜드 의류 대신 유니클로, 자라(ZARA) 같은 저렴한 패스트패션에 눈을 돌린 지 오래다. 코로나19는 결정타였다. 일본으로 오는 해외 여행객이 끊기면서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매출은 2년 전인 2019년보다 86.7% 격감했다.

○ 새 ‘먹거리’ 찾는 백화점

일본에서 백화점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소비문화 유행을 주도하는 핫 플레이스였다. 일정 기간 정가보다 싸게 파는 바겐세일, 놀이기구를 즐길 수 있는 옥상 유원지, 매년 2월 14일 초콜릿을 선물하는 밸런타인데이 등은 모두 일본 백화점들이 매출을 늘리기 위해 고안한 마케팅 기법이다. 깔끔한 정장을 입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층수 버튼을 눌러주던 ‘엘리베이터 걸’도 1929년 일본에서 처음 등장했다. 한때 한국 백화점에서도 볼 수 있었다.

일본 백화점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하며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쓰코시는 가전제품 판매점 빅카메라를, 도부는 유니클로를 유치했다. 일본 최초의 백화점이던 긴자의 마쓰자카야 백화점 자리에는 예술적 색채를 가미한 건물 외형과 고급 매장 및 사무실을 배치한 새로운 콘셉트 쇼핑몰 ‘긴자식스’가 들어서 세계 유통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일본 경제산업성 백화점연구회는 “백화점은 빠른 디지털화, 소비자 행동과 가치관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제 고객에게 어떤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고민할 때”라고 지적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백화점#코로나 직격탄#매출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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