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곤지암 물류허브 진입 시도…CJ대한통운 본사 점거 일부 해제 하루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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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물류 중추 역할 택배 터미널… 조합원 120명, 경찰 제지에 막혀
4시간반 차량 통행 방해하다 해산… 20여만개 택배 배송 지연 예상
CJ측, 경찰에 시설보호 강화 요청

택배노조-경찰 대치 택배노조가 22일 경기 광주시 CJ대한통운 곤지암메가허브터미널 입구에서 택배물량을 대리점으로 실어
 나르는 간선 차량의 출입을 가로막은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택배노조 일부 조합원들은 터미널로 진입을 시도하려다 경찰 등에 의해
 제지됐고, 시위대는 4시간여 만에 해산했다.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 제공
택배노조-경찰 대치 택배노조가 22일 경기 광주시 CJ대한통운 곤지암메가허브터미널 입구에서 택배물량을 대리점으로 실어 나르는 간선 차량의 출입을 가로막은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택배노조 일부 조합원들은 터미널로 진입을 시도하려다 경찰 등에 의해 제지됐고, 시위대는 4시간여 만에 해산했다.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 제공
택배노조(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가 CJ대한통운 수도권 물류 전체의 중추 역할을 하는 곤지암메가허브터미널 진입을 시도했다. CJ대한통운 본사 점거농성 일부를 해제하며 유화 제스처를 취한 지 하루 만에 ‘물류 대동맥’을 위협하고 나선 것이다. 물류 차량의 터미널 출입이 막히면 배송 지연 등 소비자 피해가 확대될 수 있어 CJ대한통운은 물론이고 택배업계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2일 CJ대한통운에 따르면 택배노조 조합원 약 120명이 이날 오전 7시경 경기 광주시 CJ대한통운 곤지암메가허브터미널 진입을 시도했다. 경찰과 CJ대한통운 직원들이 이들을 저지하면서 터미널 입구 도로에서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터미널을 빠져나와야 할 간선 차량(허브터미널에서 택배대리점까지 물건을 실어나르는 차량) 170여 대가 제 시간에 출차하지 못하고 대기해야 했다.

택배노조는 터미널 입구를 막고 시위를 벌였다. 터미널로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이 제지하면 물러서고, 대기하던 간선 차량 일부가 빠져나가면 다시 길을 막아서기를 반복했다. 조합원들은 “터미널로 (조합원들이) 들어가는 걸 허락해주면 도로 점거를 풀겠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택배노조 조합원들은 4시간 반이 지난 오전 11시 30분경 해산했다.

곤지암메가허브터미널은 하루 평균 250만 개의 택배를 처리하는 아시아 최대 택배터미널이다. CJ대한통운의 전국 14개 허브터미널 중에서도 가장 크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와 인근 지역 소비자들이 주문한 물품이 이곳을 거쳐 간선 차량에 실려 각 지역 택배대리점에 전달된다.

간선 차량들은 대부분 오전 중 허브터미널을 출발해야 한다. 대리점에 물건이 제때 도착해 있어야 택배기사가 배송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간선 차량의 출차 지연으로 20여만 개의 택배물량 배송이 반나절 또는 하루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택배 대리점주는 “화요일은 주말 주문 건까지 겹쳐 물량이 많은 날”이라며 “대리점에 물건이 늦게 오면 결국 현장 택배기사들이 밤늦게까지 배송에 나서야 해 과로 우려가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택배노조가 집회 장소를 허브터미널로 확대하면서 양측 갈등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허브터미널 앞 시위도 당분간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택배노조 조합원들은 이날 “CJ대한통운이 대화를 거부하면 곤지암 터미널에서의 집회를 이어갈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택배노조는 다음 달 초까지 같은 장소에서의 집회 신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CJ대한통운은 입장문을 내고 “곤지암메가허브터미널은 국내 택배의 핵심 인프라로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공익시설이다. 국민 생활과 소상공인 생계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가 또다시 터미널 진입이나 점거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경찰에 시설 보호 강화를 요청할 방침이다.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은 “대화를 하자던 노조가 하루도 안 돼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며 “진짜 ‘사용자’인 대리점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자. 23일까지 답을 달라”고 요구했다.

CJ대한통운 임직원들도 이날 오후 공동성명서를 내고 “2개 층을 불법 점거하다가 1개 층만 불법 점거하면 그건 불법이 아니냐”며 “지금 당장 우리 일터에서 나가 달라”고 요구했다.

CJ대한통운은 17일 서울중앙지법에 택배노조의 업무 방해 행위를 금지하고 퇴거를 명령해 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법원은 23일 심문 기일을 열 예정이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택배노조#곤지암허브#cj대한통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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