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문화

좀비로 돌아온 엄마… 불효자 5형제의 ‘좌충우돌 효도기’

입력 2022-01-25 03:00업데이트 2022-01-25 03:00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동방예의좀비극’ 효자 27일 개봉
이훈국 감독 “좀비물 형식 빌려 ‘못다한 효도’ 재미있게 풀어봤죠”
영화 ‘효자’에서 좀비가 돼 돌아온 엄마(연운경)의 머리에 꽃을 꽂아준다. 아들들은 “엄니가 좋아하시는 것 같다”며 기뻐한다. 날개엔터테인먼트 제공
노모의 장례를 치른 지 며칠 지나지 않아 형제들은 막걸리를 걸치며 이야기를 나눈다. “엄니만 살아계시면 내가요. 참말로 잘할 수 있어요.” 그러나 아무리 깊이 후회한들 엄마가 살아올 리 없다.

그런데 노모가 살아온다. 아들들이 재산 문제로 술상까지 뒤엎으며 몸싸움을 벌이던 깊은 밤, 엄마가 돌아왔다. 좀비가 돼서. 27일 개봉하는 영화 ‘효자’는 영화적 상상력으로 이 세상 불효자들의 소원을 실현시킨다.

엄마가 하필 좀비가 돼 돌아온다는 설정 자체가 호기심을 유발시킨다. 연극계에서 관록 있는 배우 연운경이 “어으으” 하는 소리 외엔 별다른 대사가 없는 ‘좀비 엄마’역을 맡아 열연했다. 전북의 한 시골마을에 모여 사는 다섯 형제는 배우 김뢰하 정경호 이철민 박효준 전운종이 맡아 맛깔 나게 그렸다. 다섯 형제는 “인자 효도를 시작해보자”며 좀비를 극진히 모신다. 탄탄한 연기 내공을 자랑하는 이들은 “엄니한테 인마 좀비가 뭐여 좀비가” 등의 대사를 진지한 표정으로 능청스럽게 소화해낸다.

최근 좀비물 속 좀비들이 초고속으로 뛰어다니며 살육을 일삼는 것과 달리 ‘엄마 좀비’는 느리다. 사람을 해치지도 않는다. 힘도 없고 몸도 굳은 데다 잘 걷지 못하는 건 생전 노인일 때나 좀비일 때나 다를 게 없다. 아들들은 생전 노모를 피했듯 좀비 엄마를 점점 부담스러워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과연 자신들이 장담했듯이 좀비로 돌아온 엄마에게 못 다한 효도를 다할 수 있을까.

이훈국 감독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효도는 우리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임에도 촌스러운 소재로 여겨지는 게 안타까웠다”라며 “대중에게 효도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좀비물 형식을 빌렸다”고 말했다.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를 연출한 이 감독의 작품답게 연극의 장점을 녹인 것은 물론, 웹툰 같은 느낌과 영화의 장점을 모두 살렸다. 설 연휴 극장가를 양분할 대작 ‘해적: 도깨비 깃발’과 ‘킹메이커’ 사이에서 ‘동방예의좀비극’을 표방한 영화 ‘효자’가 이변을 일으킬 수 있을까.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최신기사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