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국 감독 “좀비물 형식 빌려 ‘못다한 효도’ 재미있게 풀어봤죠”

그런데 노모가 살아온다. 아들들이 재산 문제로 술상까지 뒤엎으며 몸싸움을 벌이던 깊은 밤, 엄마가 돌아왔다. 좀비가 돼서. 27일 개봉하는 영화 ‘효자’는 영화적 상상력으로 이 세상 불효자들의 소원을 실현시킨다.
엄마가 하필 좀비가 돼 돌아온다는 설정 자체가 호기심을 유발시킨다. 연극계에서 관록 있는 배우 연운경이 “어으으” 하는 소리 외엔 별다른 대사가 없는 ‘좀비 엄마’역을 맡아 열연했다. 전북의 한 시골마을에 모여 사는 다섯 형제는 배우 김뢰하 정경호 이철민 박효준 전운종이 맡아 맛깔 나게 그렸다. 다섯 형제는 “인자 효도를 시작해보자”며 좀비를 극진히 모신다. 탄탄한 연기 내공을 자랑하는 이들은 “엄니한테 인마 좀비가 뭐여 좀비가” 등의 대사를 진지한 표정으로 능청스럽게 소화해낸다.
이훈국 감독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효도는 우리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임에도 촌스러운 소재로 여겨지는 게 안타까웠다”라며 “대중에게 효도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좀비물 형식을 빌렸다”고 말했다.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를 연출한 이 감독의 작품답게 연극의 장점을 녹인 것은 물론, 웹툰 같은 느낌과 영화의 장점을 모두 살렸다. 설 연휴 극장가를 양분할 대작 ‘해적: 도깨비 깃발’과 ‘킹메이커’ 사이에서 ‘동방예의좀비극’을 표방한 영화 ‘효자’가 이변을 일으킬 수 있을까.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