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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연암 박지원, 미완에 그쳤지만 동서양 사상의 소통 시도해”

입력 2022-01-21 03:00업데이트 2022-01-2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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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연구’ 증보판 김명호 교수
“편협한 사고 벗어야 큰 세계 이해”
‘일신수필’ 미완성 서문 분석 담아
성리학의 한계에서 벗어나 서양사상과의 소통을 주장한 연암 박지원(1737∼1805)의 미완성 원고를 분석한 책이 나왔다. 김명호 전 서울대 국문과 교수(69·사진)는 32년 만에 초판을 수정 증보한 ‘열하일기 연구’(돌베개)를 10일 펴냈다. 신간에는 초판에 빠진 연암의 ‘일신수필’ 서문에 대한 분석이 담겼다. 김 명예교수의 1990년 초판본은 연암 연구의 중심을 ‘허생전’ 등 소설에서 열하일기로 옮겼다는 평을 받았다.

1783년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일신수필은 1780년 7월 중국으로 사행길에 오른 연암이 중국 랴오닝(遼寧)성 소흑산에서 산해관에 이르는 9일간의 여정을 기록한 글이다. 연암은 높은 산에 올라 경치를 바라보며 “큰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래의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서문에 썼다. 약 800자로 쓴 이 글에는 “서양인은 거대한 선박을 타고 둥근 지구 저편에서 빙 돌아왔다”는 언급도 있다. 연암은 총 25편의 열하일기 중 13편에 서문을 붙였는데 유일하게 일신수필 서문만 완성하지 못했다.

김 교수는 “연암은 이 글에서 유학은 물론이고 불교와 서학까지 포용하는 논법을 구사했다”며 “비록 미완에 그쳤지만 동서양 사상의 소통을 시도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암은 일신수필 서문에서 동양사상을 바라보는 서구의 시선을 풀어내는 문장을 끝으로 돌연 글을 멈춘다. 왜 그랬을까. 학계는 정조의 천주교 박해에 따른 부담감 때문으로 보고 있다. 김 교수는 “연암이 서양사상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의견을 계속 개진할 수 있었다면 조선이 근대화의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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