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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인구절벽 앞에 선 한국, 이주민과 ‘우리’ 돼야 미래 있다

입력 2022-01-19 00:00업데이트 2022-01-19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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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4세 이고리의 가족. 왼쪽부터 김옥사나(엄마) 허가이 이고리(학생) 이로자(외할머니) 김게오르기(외할아버지) 구수빈(동생).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올해 고교생이 되는 아딜벡(16)은 카자흐스탄 이민가정 출신이다. 2015년 고려인 3세인 어머니를 따라 온 가족이 경기도 안산에 정착했다. 아딜벡은 카자흐에서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일했던 아버지처럼 금융인이 되는 것이 꿈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아딜벡 같은 이주배경 학생은 지난해 기준 16만56명으로 전체 학생의 3%를 차지한다. 15년 전과 비교하면 16배로 증가했다. 국내 거주 외국인 비율이 4%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다문화·다인종국가(5% 이상) 진입을 눈앞에 두면서 학생들도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만난 이주배경 학생들의 학교생활은 힘겹기만 하다. 이중 언어 강사나 한국어 특강 등 이들을 위한 교육과정을 둔 학교가 극히 드물다. 이 때문에 이주배경 학생들은 안산의 원곡초교처럼 국제과정이 있는 학교로 몰리고, 이 학교는 한국 학생들이 외면하면서, 섬처럼 고립된 아이들이 한국 사회에 동화될 기회를 잃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보육 사정은 더욱 딱하다. 초등학교부터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따라 내외국인 차별 없이 공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보육은 협약의 사각지대여서 외국인은 세금을 내고도 보육비 지원을 못 받는다. 일본은 3∼5세 외국인 자녀도 무상보육을 하고, 독일은 출생 등록만 하면 보육 지원과 예방접종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하니 한국의 다문화 수용 수준은 매우 낮다고 볼 수밖에 없다.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을 찾은 이주민들이 열악한 보육과 교육정책으로 가난의 대물림을 하도록 방치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저출산시대에 노동력 확보와 사회 유지는 물론 다양성을 통한 성장동력을 얻기 위해서도 이들과의 공존은 필수적이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의 경우 주요 기업의 40%는 이민자가 창업했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의 35%가 이민자 출신이다.

경쟁력 있는 다문화국가라면 금융인이 꿈인 고교생 아딜벡이 헝가리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투자가로 성공한 조지 소로스처럼 될 수 있어야 한다. 이주배경 아이들이 부모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준비된 교사와 학습 프로그램으로 기회의 사다리를 놓아주자. 이들과 함께하는 통합교실은 한국 학생들에게도 다양한 문화와 소통하는 배움의 장이 될 것이다. 인구 절벽에 맞닥뜨린 한국의 미래를 이주민들과 함께 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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