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목돈 몰린 국민성장펀드… ‘관제펀드 흑역사’ 끊어내야

  • 동아일보

첨단전략산업에 투자하는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국민참여성장펀드)’가 출시된 22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창구 앞에 판매 종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첨단전략산업에 투자하는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국민참여성장펀드)’가 출시된 22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창구 앞에 판매 종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펀드인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가 22일 선보였다. 선착순 판매 첫날 온라인 물량이 사실상 ‘완판’되는 등 예정 물량의 87%가 팔려 나갔다. 서민의 목돈도 대거 유입됐다. 펀드 흥행으로 이날 코스닥 지수는 4.99% 급등했다. 정부는 하반기 2차 판매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성장펀드는 5년간 150조 원 규모로 조성된다. 이 중 매년 6000억 원을 국민 공모를 통해 조달한다. 주요 투자 대상은 반도체 인공지능(AI) 바이오 방산 로봇 등 12개 첨단 전략산업이다. 특히 비상장사와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사 투자 비중이 높다.

성장성이 큰 기업에 투자하는 국민성장펀드는 동전의 양면처럼 운용 결과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 고수익 투자 상품이다. 한번 투자하면 5년간 환매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과열 조짐을 보인 것은 정부의 손실 부담과 세제 혜택의 유인이 컸다. 정부가 재정으로 전체 국민 투자금의 20%까지 손실을 먼저 떠안고 최대 1800만 원의 소득공제와 배당 분리과세 혜택을 준다. 민간 펀드에는 없는 파격적인 혜택이다.

정부가 손실을 먼저 떠안는 구조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펀드인 ‘국민참여형 정책펀드(뉴딜펀드)’와 비슷하다. 하지만 뉴딜펀드는 정부가 손실을 먼저 부담했는데도 연평균 수익률이 은행 예·적금 수준에 그쳐 실망감을 안겼다. 정책 리스크도 컸다. 윤석열 정부는 ‘혁신성장펀드’로 이름을 바꾸고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펀드 역시 배당소득세 비과세 등의 혜택을 줬다. 하지만 다른 테마펀드와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하고 정권이 바뀌자 동력을 잃었다. 박근혜 정부의 통일펀드도 2016년 개성공단 폐쇄를 기점으로 수익률이 급락해 투자자의 환매 요구가 이어지는 홍역을 앓았다.

‘관제 펀드 흑역사’가 되풀이된 원인은 시장이 아닌 정부 주도로 투자 대상을 구체화하지 못한 채 자금부터 끌어모으는 톱다운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장기 투자를 약속하고 정부가 바뀌면 흐지부지돼 신뢰를 잃었다.

국민성장펀드가 안착하면 기술 혁신과 창업을 촉진하고 국민 자산을 늘리는 포용적 금융의 모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성장 기업 발굴과 육성이라는 초심을 잃으면 세금만 축낸 ‘펀드 포퓰리즘’의 실패를 되풀이한다. 이 펀드는 5년간 운용될 예정이다. 정부와 펀드 운용사가 정권을 떠나 전문성을 갖고 만기까지 펀드를 책임지고 운용할 수 있느냐에 미래 첨단산업 육성과 국민 자산 증식의 성패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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