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레이마니 2주기’ 선박 나포하고 해킹공격… 중동 다시 긴장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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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통령 “트럼프에 복수” 도발… 이란 지원 후티 반군, UAE선박 나포
‘복수’ 적힌 드론, 이라크 美기지 공격… 솔레이마니 암살 연루 이스라엘엔
유력언론사 홈페이지 해킹으로 보복, 韓도 이란 인근해역 선박에 ‘주의보’

솔레이마니 2주기 기념식 3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2주기 기념식 참석자들이 그의 대형 사진 앞에서 
이란 국기를 들고 추모하고 있다. 이날 중동 곳곳에선 이란이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무력 행동이 벌어졌다. 테헤란=신화 뉴시스
솔레이마니 2주기 기념식 3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2주기 기념식 참석자들이 그의 대형 사진 앞에서 이란 국기를 들고 추모하고 있다. 이날 중동 곳곳에선 이란이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무력 행동이 벌어졌다. 테헤란=신화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암살한 범죄행위로 공정한 법정에서 재판을 받지 않는다면 무슬림들은 순교자의 복수를 할 것이다.”

초강경 보수 성향의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3일 TV 연설에서 이렇게 주장하며 군사 도발을 위협했다. 2020년 1월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솔레이마니의 2주기를 맞은 이날 이란과 직접적으로 연계됐거나 최소한 관련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군사 행동이 중동 곳곳에서 이어지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서방국가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8차 협상을 재개한 이란이 도발을 통해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왔다.

중동지역의 긴장이 높아지면서 솔레이마니 1주기 다음 날인 지난해 1월 4일 이란 혁명수비대에 의해 ‘한국케미호’가 나포되는 사건을 겪은 한국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외교부는 이란 앞바다인 호르무즈해협 인근 해역을 운항하는 우리 선박들에 “평소보다 주의가 필요하다”는 경보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선박이 나포됐던 호르무즈해협은 국내 원유 수입 물량의 70%가 거치는 곳이다.

○ 이란 지원 후티 반군, UAE 선박 나포

3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의 후티 반군은 이날 0시 무렵 예멘 서부 도시인 호데이다의 해안에서 아랍에미리트(UAE) 국적의 ‘라와비호’를 나포했다. 해당 지역은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연합군과 후티 반군이 오랜 시간 공방을 벌여온 곳이다. 선박이 나포된 UAE도 연합군에 참가하고 있다. 이란과 후티 반군은 시아파, 연합군은 수니파로, 2015년 시작된 예멘 내전은 현재 시아파와 수니파의 대립 전쟁으로 비화된 상태다.

연합군은 “후티 반군이 즉시 배를 풀어주지 않으면 연합군은 필요할 경우 무력 사용을 포함한 모든 조치와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후티 반군은 라와비호가 의료 장비를 운반하던 것이 아니라 군사 용도였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스라엘의 대표 언론으로 꼽히는 예루살렘포스트의 홈페이지도 해킹됐다. AP통신은 “이번 해킹은 지난해 12월 이스라엘 전 정보기관 관계자가 솔레이마니의 사망에 이스라엘이 연루됐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뒤 이뤄졌다”고 전했다.

같은 날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공항에선 이란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공습용 드론 2대가 나타나 미군 주둔 공군기지를 공격했다. 드론에는 ‘솔레이마니의 복수’라고 아랍어로 적혀 있었다. 이라크 군은 이 드론들을 격추했다. 솔레이마니는 미군의 바그다드 공항 공습으로 사망했다.

○ 한국, 이란 인근 해역 선박에 안전 경보
한국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해 11월경부터 이란 인근 해역 선박에 안전 경보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JCPOA 협상이 재개되면서 이란이 한국이 동결하고 있는 자국의 원유 대금 문제를 해결하라고 다시 압박해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재외 공관, 해수부 등을 통해 호르무즈 인근 해역을 운항하는 선박들에 평소보다 주의가 필요하다는 공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은 지난해 선박 나포 뒤 원유 대금 70억 달러(약 7조5600억 원)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한국은 2018년 미국의 JCPOA 탈퇴로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재개된 뒤 제재에 동참해 원유 대금을 동결해 왔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솔레이마니 2주기#이란#솔레이마니 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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