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영]세계 최장수 국가 ‘한국’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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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장수 국가는 일본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인의 기대수명은 84.2세로 한국(82.7세)보다 1.5세 더 오래 산다(2018년 기준). 일본인의 생선 사랑과 저지방 식단이 비결로 꼽힌다. 그런데 일본을 제치고 한국이 최장수 국가가 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0∼2025년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4.1세로 일본(84세)을 근소한 차이로 앞지를 전망이다. 2065∼2070년이면 기대수명은 90.9세(남자 89.5세, 여자 92.8세)로 늘어나 일본(89.3세)과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2위와 3위는 노르웨이(90.2세)와 핀란드(89.4세)다. 통곡물과 채소, 오메가3 지방산 함량이 높은 생선 위주의 ‘노르딕 식단’으로 주목받는 북유럽 국가들이다.

▷한국이 세계 1위의 장수 국가가 된다는 전망은 영국 과학계에서 먼저 나왔다. 영국 임피리얼칼리지 런던 연구진은 2017년 의학저널 랜싯에 게재한 논문에서 2030년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여성 90.82세, 남성 84.07세로 최장수 국가가 된다고 예측했다. 연구진은 건강보험제도와 의료기술의 발달, 높은 수준의 교육과 어린이 영양을 비결로 꼽았다. BBC를 비롯한 외신이 주목한 건 김치로 대표되는 발효음식 문화와 조금만 아파도 병원으로 달려가는 건강염려증이다.

▷실제로 한국인 가운데 ‘나는 건강하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 한국인보다 평균수명이 짧은 미국(87.9%)이나 독일(65.5%)의 절반도 안 된다. 건강염려증을 감당해주는 건 가성비 뛰어난 의료 인프라다. 한국인의 1인당 연간 병원 방문 횟수(16.6회)는 OECD(평균 7.1회)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예방접종률, 건강검진율 등 의료 접근성을 나타내는 지표와 위암 유방암 대장암 같은 중증질환 생존율 모두 OECD 평균보다 높다. 반면 1인당 연간 진료비(3192달러)는 OECD 평균(3992달러)보다 싸다.

▷세계 1위 장수 국가 기록에 기여한 또 다른 요인은 저출산이다. 영아 사망이 드물다 보니 기대수명이 길어지는 것이다. 지금 같은 저출산 기조가 이어지면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하는 인구가 2020년 38.7명에서 2070년이면 116.8명으로 급증한다. 유엔은 한국 인구가 2024년경 정점에 이른 뒤 2100년이면 2900만 명까지 줄어든다고 전망했다. 1966년 인구 규모다. 전후 폐허를 딛고 최장수 국가로 발돋움한 나라가 후손을 보지 못해 전후 수준으로 쪼그라든다니 서글프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세계 최장수 국가#일본#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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