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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2030 다중채무, 130만명이 150조… 빚으로 빚 갚는 악순환 허덕

입력 2021-12-03 03:00업데이트 2021-12-0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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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머니로그 청년들의 금융 분투기]
〈3〉빚의 굴레에 얽매인 2030세대

올해 3월 금융사에 입사한 김모 씨(28)는 20대의 시작을 빚과 함께 했다. 집안 형편상 서울 명문 사립대 등록금을 감당하기 어려워 대학 입학과 동시에 학자금대출을 받았다. 하루에 과외 3, 4곳을 뛰며 돈을 벌었지만 매 학기 빌린 학자금대출은 3500만 원으로 불었다.

지난해 초 대학을 졸업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채용문이 닫히면서 취업 준비 기간은 마냥 길어졌다. 생활비는 바닥났고 학자금대출도 연체되기 시작했다. 결국 김 씨는 은행, 카드사에서 1000만 원을 더 빌렸다. 수십 번의 도전 끝에 취업에 성공해 지금도 월급을 빚 갚는 데 쓰고 있다. “처음엔 대출이 한줄기 빛이었죠. 그게 하나둘 쌓이다 보니 진짜 빚더미가 됐네요.”

코로나19 위기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빚의 굴레에 얽매이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올 들어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20, 30대 다중채무자가 130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이 짊어진 빚은 150조 원을 돌파했다. 만성화된 취업난에 고용의 질까지 나빠지면서 청년들이 빚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20, 30대 다중채무 150조 원 “빚으로 빚 갚아”

2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20, 30대 다중채무자는 132만7115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대출액은 150조2629억 원으로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말(124조6464억 원)에 비해 20.6% 급증했다.

특히 20대 다중채무자의 빚은 1년 반 만에 37.9% 늘어 전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고 높아진 주거비 등을 감당하느라 대출을 여러 군데서 받는 청년들이 많아진 것이다.


빚으로 빚을 갚는 악순환에 빠지는 청년도 늘고 있다. 지난해 2월 전역한 대학생 윤모 씨(24)는 복학하자마자 다시 휴학을 했다. 부모님이 운영하던 서울 종로구 식당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문 닫을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아르바이트 구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윤 씨는 급한 대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썼다. 처음엔 모아놓은 돈으로 카드대금을 막았지만 갈수록 버거워졌다. 대부업체에서 연 20%의 금리로 대출을 받아 ‘돌려 막기’를 했다. 30만 원에 불과하던 카드 연체금이 3000만 원으로 불어나는 건 순식간이었다. 윤 씨는 현재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윤 씨처럼 ‘대출 사슬’에 묶여 사회에 진출하기도 전에 막다른 길에 들어서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 지난해 개인회생을 신청한 20대는 1만1108명으로 1년 새 7.8% 늘었다. 지난해 파산 신청을 한 20대도 884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8월 말 현재 20대의 금융채무 불이행 규모는 1조2040억 원으로 최근 5년 새 가장 많았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고 자산도 적은 20대에서 빚을 갚지 못하고 채무 불이행자가 되는 청년이 많아진 것이다.

○ “빚지게 하는 근본 원인부터 없애야”

코로나19 위기 이후 학자금대출 연체도 늘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학자금대출 장기 연체(6개월 이상) 건수는 14만4356건으로 1년 새 4587건 늘었다.

특히 취업 이후 일정 소득이 생기면 갚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의 연체 금액은 지난해 201억8900만 원으로 1년 동안 32억 원 넘게 증가했다. 직장에 다니던 청년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실직했거나 생활비 등 다른 지출 부담 때문에 학자금대출을 제때 갚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원 박모 씨(28)는 5년 전 아버지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처음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치료비와 생활비를 감당하느라 이후에도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을 찾았고 빚은 4000만 원이 쌓였다. 병세가 악화된 아버지를 간호하느라 최근엔 회사도 그만뒀지만 석 달마다 이자로만 100만 원이 빠져나간다.

백종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고용 악화와 소득 감소로 청년들의 채무 상환 여건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며 “재기가 불가능해진 청년층의 부실이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에서 청년들의 부채 문제를 상담해주는 한상휘 상담관은 “코로나19는 청년층의 경제 상황뿐 아니라 심리 상태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현실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빚투’(빚내서 투자)나 ‘대출 돌려 막기’ 등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 센터의 오병주 상담관은 “당장 청년들의 빚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소비, 무리한 투자 등 빚을 지게 만든 근본적 원인을 찾아 제거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년에도 금리 인상이 계속돼 청년 채무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청년층의 이자 부담을 줄이고 근로에 따른 세금 감면 혜택을 확대하는 등 청년 부채 관리를 위한 다각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자금대출 못 갚는 청년, 내년부터 원금 최대 30% 감면
청년 빚 부담 덜기 ‘통합 채무조정’, 신용회복위원회로 창구 일원화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캠코 통해서 채무조정할 수도
최대 10년간 분할 상환도 가능


정부도 20, 30대의 다중채무와 학자금대출 연체 등을 심각하게 보고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가뜩이나 취업난에 내몰린 청년층이 빚에 짓눌리면 사회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10월 문재인 대통령도 “청년 다중채무 연체자를 위한 통합 채무조정 방안을 모색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우선 청년들의 빚 부담을 줄이기 위한 ‘통합 채무조정’ 제도가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학자금대출과 금융권 대출의 채무조정이 모두 신용회복위원회로 일원화돼 다중채무 청년들은 신복위에 한 번만 채무조정을 신청하면 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학자금대출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청년이 채무조정을 신청하면 원금의 최대 3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밀린 이자 역시 전부 감면된다.

청년들이 채무조정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려면 신복위를 활용하는 게 좋다. 법원에서 파산신청을 하려면 법률 자문 등으로 평균 80만∼200만 원가량이 든다. 하지만 신복위를 통하면 신청비 5만 원으로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빚을 낸 금융회사가 거절하면 채무조정이 불가능하다. 신복위와 협약을 맺은 금융사들은 11월 말 현재 6347곳이다. 90% 이상의 금융사들이 채무조정을 요청하면 승인해주고 있지만 거절한 경우 채무조정을 진행할 수 없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서도 청년들이 채무조정을 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소득이 줄어 대출 상환이 곤란해진 청년들이 채무조정을 신청하면 원금의 최대 30∼60%를 감면받을 수 있다. 조건에 따라 최대 10년간 분할 상환도 가능하게 해준다.

법원을 통해 공적 채무조정을 받으려면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가 운영하는 ‘청년재무 길잡이’를 활용하는 것도 유용하다. 공적 채무조정은 제출할 서류가 많고 소요되는 기간도 6개월 정도로 길다. 청년재무길잡이에선 개인회생과 관련한 전반적 절차를 지원하고 청년층의 수입·지출 관리 요령, 청년통장 만들기 등을 컨설팅 해준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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