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發 통신재난… 금융거래 마비-대학 중간고사 연기 ‘날벼락’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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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인터넷 먹통에 전국서 혼란

먹통 된 키오스크-포스기 25일 오전 KT의 유·무선 인터넷 통신망의 장애로 전국의 소상공인과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카페에선 무인 키오스크 운영을 중단한 뒤 현금 결제만 받았고(왼쪽 사진) 식당의 포스기도 먹통이 됐다. 뉴시스·대구=뉴스1
먹통 된 키오스크-포스기 25일 오전 KT의 유·무선 인터넷 통신망의 장애로 전국의 소상공인과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카페에선 무인 키오스크 운영을 중단한 뒤 현금 결제만 받았고(왼쪽 사진) 식당의 포스기도 먹통이 됐다. 뉴시스·대구=뉴스1
25일 KT 인터넷망이 갑작스레 ‘먹통’이 된 사건은 인터넷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비대면 환경의 일상화로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통신망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데도 크고 작은 통신사고가 반복되면서 KT가 국가기간통신사로서 안정적 통신망 관리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결제·원격수업·금융거래 줄줄이 ‘먹통’

서울 송파구의 한 우동집은 이날 오전 11시 30분쯤부터 약 40분간 결제 오류를 겪었다. 피영진 사장(48)은 “주문을 하면 전표가 조리하는 곳으로 넘어와야 하는데 일부 주문이 넘어오지 않았다”며 “‘내가 먼저 왔는데 왜 다른 사람에게 먼저 음식을 주냐’며 항의하는 손님도 있었다”고 했다.

비대면 수업을 활용하고 있는 학교 현장에서도 피해가 속출했다. 교육부는 이날 KT 통신망을 사용하는 12개 시도교육청 7742개 학교 및 기관에서 원격수업,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 자가진단 앱 이용 등에 불편을 겪었다고 밝혔다. 대학에서도 중간고사 온라인 시험 일정이 미뤄지거나 갑작스럽게 휴강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한 거래가 마비되면서 주식 투자자들도 피해를 입었다. 증권사의 민원센터에는 주식 거래를 하지 못해 손실을 봤다는 민원이 빗발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날 약 40분간 KT 통신망을 통한 주식 거래가 중단되면서 9600억 원 상당의 거래가 체결되지 못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행사도 차질을 빚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이날 경기도지사 사퇴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KT 네트워크 장애로 한때 중단됐다. 온라인 대국으로 치러지는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8강전 첫날 대국도 인터넷 장애로 하루 연기됐다.

홈인터넷, 사물인터넷(IoT) 등의 오류 사례도 쏟아졌다. 한 유명 유튜버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KT 계열 보안업체 KT텔레캅을 이용하는데 보안 작동이 안 돼 사무실 출입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휴대전화 앱을 차량 열쇠로 쓰는 테슬라 운전자가 “차량 문을 열 수 없었다”고 쓴 SNS 글도 화제가 됐다.

○ 인재 가능성에 무게… 통신망 관리 부실 도마


통신업계에서는 이번 사고가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KT는 7월 발간한 ‘ESG 보고서’를 통해 “2018년 아현통신구 화재 이후 6개 사업을 진행해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동통신망의 경우 기존 전송로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인터넷 연결이 끊어지지 않도록 우회 경로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국에 동시다발적인 유·무선 인터넷 장애가 발생하면서 통신망 안전 관리에 실패했다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일각에서는 KT가 신사업에 집중하다가 정작 본업인 통신 설비 투자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대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유·무선이 동시에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매우 드물다”며 “통신이 개인들의 먹고사는 문제까지 좌우하는 상황에서 KT의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KT 측은 라우팅 오류 발생 원인이 장비 혹은 장비 관리 전문업체의 관리 잘못인지, KT 측의 관리 문제인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T에 이용자 피해 현황 파악을 지시했다. KT 이용 약관에 따르면 이동전화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가입 고객이 본인의 책임 없이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보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날 접속 장애는 대부분 1시간 안팎에 그쳐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kt#통신재난#금융거래#먹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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