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도 재활용이 가능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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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꽁초 회수-재활용 시도 ‘눈길’

길에 버려진 담배꽁초들. 하루에만 약 1247만 개비의 담배꽁초가 버려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버려진 담배꽁초는 하수구를 막아 장마철 빗물 역류를 유발하거나 강이나 바다로 흘러가 필터 속 플라스틱으로 해양 플라스틱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동아일보DB
길에 버려진 담배꽁초들. 하루에만 약 1247만 개비의 담배꽁초가 버려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버려진 담배꽁초는 하수구를 막아 장마철 빗물 역류를 유발하거나 강이나 바다로 흘러가 필터 속 플라스틱으로 해양 플라스틱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동아일보DB
거리에 마구 버려지는 담배꽁초를 수거해 재활용을 시도하는 시범 사업이 시작됐다. 담배꽁초는 도심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하수구 등에 쌓일 경우 장마철 빗물 역류 현상 등을 유발해 문제가 된다. 무엇보다 필터에 있는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갈 경우 해양 속 미세플라스틱의 원인이 돼 문제다.

환경부는 서울 강북구와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와 함께 담배꽁초 회수·재활용 체계 시범구축 사업을 시작한다고 4일 밝혔다. 무작위로 버려진 담배꽁초를 회수해 재활용 체계를 구축하는 시도는 처음이다.

○ 하루 버려지는 담배꽁초 1246만6968개

담배꽁초는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쓰레기다. 지난해 환경운동연합이 전국 17개 지역 해안가에서 시민들과 주운 쓰레기 3879개 중 가장 많은 쓰레기가 담배꽁초(635개)였다. 환경부가 지난해 연구 용역을 통해 하루 평균 길에 버려지는 담배꽁초의 양을 추정했는데, 그 양은 1246만6968개비에 달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담배 판매량의 3분의 2가 담배꽁초로 길에 버려지는 것으로 추산한다. 세계 연간 담배 생산량은 약 6조 개비에 달하는데, 이 중 4조 개의 담배꽁초가 쓰레기통 대신 길에 버려지는 셈이다.

여기에 담배꽁초가 하수구나 우수관 등을 통해 강이나 바다에 들어가 해양 생태계를 오염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담배 필터에 플라스틱인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가 포함돼 있어서다. 환경부에 따르면 하수구 등을 통해 바다로 유입되는 담배꽁초는 하루 45만5233∼231만7352개비, 연간 1억6000만∼8억4000만여 개비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는 바다에서 지름 1mm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으로 분해돼 해양생물들이 먹이로 생각하고 삼키기 쉽다.

담배꽁초가 해양 플라스틱과 도시 오염의 주범으로 부각되면서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담배꽁초를 별도로 회수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뾰족한 해결 방법이 없었다. 담배꽁초는 재활용이 안 되는 일반폐기물로 분류돼 모으기 어려운 데다 담배회사들이 각자 회수 체계를 갖추는 데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담배꽁초 수거함을 설치하기도 했지만 화재 위험에 대한 우려와 미관을 해친다는 민원이 나오기도 했다.

○ 플라스틱 필터 재활용 시도

최근 해외에서는 담배꽁초를 처리하는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와 미국 등에서는 플라스틱 필터를 재활용해 벽돌이나 플라스틱 가구 등을 만드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EU)은 담배꽁초 수거와 거리 청소 비용을 담배 생산·판매자에게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 시범사업은 무작위로 버려지는 담배꽁초를 한데 모으고, 플라스틱 필터를 재활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다. 담배꽁초의 재활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것이다.

서울 강북구는 지역 내 관공서와 대형 사업장, 상습 무단투기 지역 등 약 20개 지점에 담배꽁초 수거함을 설치하고 관리한다. 또 주민센터에 담배꽁초를 모아 가져오면 월 최대 6만 원까지 지급하는 ‘담배꽁초 수거보상금 지급사업’도 진행한다. 담배꽁초의 유해성과 관련해 사전 교육을 받은 20세 이상 구민이 담배꽁초를 모아 가져오면 g당 20원씩 지급하는 방식이다.

회수된 담배꽁초는 플라스틱 필터를 분리해 재활용 제품 제조에 사용한다. 우선은 재활용 업체가 담배꽁초에서 분리해낸 플라스틱 필터의 성능을 점검하고 어떤 제품을 만들 수 있을지 검토한다. 남은 종이와 연초 부분은 별도로 모아 소각 시설에서 안전하게 태워 열에너지로 활용한다.

환경부는 담배꽁초의 재활용 가능성을 이번 시범사업으로 검증하고, 그 성과를 토대로 전국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시범사업은 내년 5월까지 약 9개월간 진행한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관계기관과 협력하여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담배꽁초 회수·재활용 체계 마련에 적극 나서겠다”라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담배꽁초#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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