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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IT/의학

급성기 지나면 퇴원… 재활치료 해줄 병상이 없다

이재협 서울시 보라매병원 진료부원장
입력 2021-09-30 03:00업데이트 2021-09-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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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국내 의료체계는 급성기 치료 중심
‘커뮤니티케어’ 구성 논의와 함께
회복-재활 가능한 병원 확보해야
이재협 서울시 보라매병원 진료부원장
갑작스러운 어지럼증, 심한 두통 그리고 우측 상하지 마비로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은 오모 씨는 뇌출혈 진단 뒤 응급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하지만 보행장애 등 후유증이 남아 재활치료를 받게 됐다. 그런데 몇 주 뒤 오 씨는 병원에서 퇴원 요청을 받았다. 종합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통증이 심한 시기인 급성기 치료가 끝났기 때문이었다. 결국 오 씨는 인근 요양병원에 몇 달 동안 입원해 제대로 된 치료 없이 귀가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의료 체계에서는 오 씨처럼 급성기 치료가 끝난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자들은 치료와 더불어 적극적인 재활을 받아야 완치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이런 방식의 치료가 열악하다.

재활치료만 봐도 그렇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으로 볼 때 의료기관 병상 가운데 9%가 회복기 재활을 담당하는 병상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회복기 재활병상이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환자들은 급성기 병원과 요양병원 사이에서 입퇴원을 반복하는 ‘재활 난민’이 된다.

이러한 의료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이른바 ‘커뮤니티케어’가 구성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커뮤니티케어는 보건의료와 주거, 생활과 돌봄 서비스의 연계 체계다. 급성기 치료 후 요양기관이나 가정으로 가기 전에 의료기관에서 치료와 재활을 담당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치료 단절을 최소화할 수 있다.

실제 한국과 의료 체계가 유사한 홍콩, 싱가포르의 경우 고령사회 진입 전부터 커뮤니티케어 서비스를 준비해 왔다. 특히 싱가포르는 전국을 권역으로 나눠 급성기 병원은 급성기 치료에 집중하고, 커뮤니티병원은 회복기 치료와 재활에 전념한다.

국내에서도 거점공공병원을 중심으로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그 성과를 공유해 점차 전국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재활 난민이 나오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한국은 2060년 전 세계에서 고령화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될 것이다. 커뮤니티케어 준비는 불가피하다.

현재 의료전달체계는 급성기 병원의 치료 과정에만 집중돼 있다.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해선 커뮤니티병원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공의료기반 확충을 위해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 미래 보건의료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병원 건립에 필요한 부지와 예산, 운영방안 등 사업 전반에 대해 관련 이해당사자 간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이재협 서울시 보라매병원 진료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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