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재의 띠지 풀고 책 수다]잠 못드는 밤엔 오디오북을 켜요

이호재 기자 입력 2021-07-31 03:00수정 2021-07-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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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준비해온 대답/김영하 지음/300쪽·1만6500원·복복서가
이호재 기자
열대야 때문에 쉬이 잠들지 못하는 밤이 많아졌다. TV를 봐도 책을 읽어도 유튜브를 기웃거려도 잠이 오지 않는다. 그럴 땐 작가나 성우가 책을 낭독해 주는 오디오북을 들어볼까 기웃거린다. 듣고 싶은 오디오북을 찾으면 그때서야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인다.

이 책은 작가 김영하가 이탈리아 남서부에 있는 지중해 최대의 섬인 시칠리아에 머문 경험을 담은 여행 산문집이다. 2009년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랜덤하우스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처음 출간됐을 때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김영하에게 매료됐다. 책이 지난해 4월 ‘오래 준비해온 대답’으로 재출간됐을 때 사서 다시 읽어볼까 고민했지만 내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 포기했다. 그러다 며칠 전 이 책의 오디오북이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연재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잠이 오지 않는 어느 밤 서슴없이 재생 버튼을 눌렀다. 낭독자인 김영하의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2007년 김영하는 한 방송사 교양 프로그램 촬영차 시칠리아를 방문한다. 김영하는 여유가 넘치고 서로를 배려하며 살아가는 시칠리아인들을 보며 성공을 위해 정신없이 달려가는 자신의 모습을 뒤돌아본다. 한국에 돌아온 김영하는 대학교수직을 사직한다. 아내와 함께 시칠리아로 떠난 김영하는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과 생업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작품 집필에 집중하기로 결심한다.

10여 년 전에 읽었던 책을 오디오북으로 다시 들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활자에서 음성으로 형식이 바뀌니 같은 책의 내용도 참신하게 들렸다. 책이라면 다시 안 읽었겠지만 오디오북은 달랐다. 눈으로 읽었던 책을 귀로 들으며 음미하는 재독(再讀)의 묘미를 느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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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자연을 예찬한 에세이 ‘월든’(은행나무)을 읽다 포기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분량이 500쪽이 넘는 탓에 번번이 독서에 실패했지만 최근 오디오북으로 완독(完讀)에 성공했다. 잠이 들기 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 덕이다. 가끔은 재생 속도를 빠르게 설정해 속독(速讀)하거나 느리게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정독(精讀)하기도 한다. 오디오북으로 독서법이 다양해진 셈이다.

오디오북 시장의 진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윌라는 올 3월 일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의 원작 소설을 오디오북으로 공개했다. 이 오디오북은 빗소리, 천둥소리 등 날씨와 관련된 효과음을 ASMR(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자연음향)로 들려주며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했다. 밀리의 서재는 이달 15일 수면을 도와주는 오디오북을 모아 제공하는 ‘굿나잇 밀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열대야에 시달리는 이들을 겨냥한 것이다. 작가들이 책을 출간하기 전에 오디오북으로 사전 연재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잠이 오지 않는 밤 오디오북을 들으며 숙면을 취해 보는 건 어떨까.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오디오북#김영하#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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