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는 ‘足足’ 신기록 내는 첨단 러닝화, 도쿄올림픽 역사 바꿀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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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기술 적용한 기능성 운동화, 실제 육상경기 기록에 영향 미쳐
나이키 장거리용 ‘베이퍼플라이’ 고탄성 폼으로 에너지 효율 올려
마라톤 기록 2분여 단축하기도… 트랙용 스파이크도 기록 향상 증명
기능성 운동화의 영향력 커지자 육상연맹서 밑창 두께 등 제한
우사인 볼트도 불공정 경기 우려

6일 헝가리에서 열린 줄러이 이슈트반 기념 육상대회 남자 800m에서 영국의 엘리엇 자일스가 1위로 들어오고 있다. 나이키의 에어 줌 빅토리를 신는 엘리엇 자일스는 올해 800m에서 세계 2위 기록을 세웠다. 줄러이 이슈트반 기념대회 제공
6일 헝가리에서 열린 줄러이 이슈트반 기념 육상대회 남자 800m에서 영국의 엘리엇 자일스가 1위로 들어오고 있다. 나이키의 에어 줌 빅토리를 신는 엘리엇 자일스는 올해 800m에서 세계 2위 기록을 세웠다. 줄러이 이슈트반 기념대회 제공
육상은 ‘올림픽의 꽃’으로 불린다. 도쿄 올림픽에서는 30일 여자 100m를 시작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간을 가리는 숨 막히는 레이스의 막이 오른다. 타고난 유전자와 피나는 노력에 더해 최첨단 과학기술도 기록과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다.

최근에는 급속하게 발전한 기술이 기록을 지나치게 좌우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규제에 나설 움직임도 있다. 우사인 볼트는 19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운동화 제조사들이 육상 기록을 단축할 수 있는 스파이크 운동화를 개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기능성 운동화를 신지 않는 선수들에게 점점 불공정한 경기 환경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균일한 발포 기술이 기록 경신으로 이어져


스포츠 과학 전문가들은 2016년 나이키가 발매한 장거리용 운동화 ‘나이키 베이퍼플라이 4%’를 육상의 판도를 바꾼 운동화로 꼽고 있다.

나이키는 열가소성 폴리우레탄(TPU)으로 만든 고탄성 폼을 운동화의 중창(밑창과 깔창 사이 부분) 소재로 썼다. 기존 운동화 중창 소재는 지면을 밟을 때 필요한 에너지의 60%를 되돌려 줬는데 이 고탄성 폼은 이를 85%까지 늘렸다. 창 중간에는 스프링 역할을 하는 뻣뻣한 탄소 섬유판을 끼웠다. 같은 무게인데 탄성이 향상된 것이다.

김정수 한국신발피혁연구원 복합탄성소재연구실장은 “소재 내부에 미세한 발포를 균일하게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중창이 두꺼워져도 무게는 늘지 않고 있다. 선수가 뛸 때 힘을 덜 들일 수 있도록 반발 탄성을 높이는 쪽으로 소재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술은 현장에서 선수 경기력 향상에 보탬이 되고 있다. 스테판 베르몽 프랑스 니스소피아앙티폴리스대 인체운동성 전문 스포츠건강연구실 교수 연구팀은 4월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스포츠 앤드 액티브 리빙’에 베이퍼플라이를 신고 뛴 여성 선수의 마라톤 기록이 2분 10초 단축됐다고 밝혔다.

기술 진화는 트랙용 스파이크로 옮겨가고 있다. 과거 스파이크는 가벼움을 최고 가치로 뒀다. 밑창 두께는 5mm에 불과했고 징의 바닥 접지력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밑창을 두껍게 하면서 탄력을 끌어올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나이키는 열가소성 폴리우레탄보다 탄성이 향상된 폴리에테르블록아미드(PEBA) 소재의 중창 ‘줌X’를 운동화에 넣었다. 이 중창을 사용한 ‘드래건플라이’를 신은 선수들은 지난해 남자 육상 5000m와 1만 m, 여자 육상 5000m에서 기록을 갈아 치웠다.

○‘기술이 기록을 좌우’ 규제에 나서기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스포츠 용품사의 기술 경쟁으로 기록이 좌우된다는 비판이 나오자 규제에 나섰다.

연맹은 지난해 7월 도로용 운동화의 밑창 두께를 40mm로 제한하고 탄소섬유판은 1장만 넣을 수 있도록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나이키는 밑창 두께를 39mm로 맞춘 장거리 운동화 ‘에어 줌 알파플라이 넥스트%’를 내놓으며 규제를 피해 갔다. 연맹은 지난해 12월 트랙 스파이크도 800m 미만 단거리는 밑창 두께를 20mm이하로 제한하고, 800m 이상 중장거리는 25mm이하로 규제하는 안을 공개했다.

0.01초 기록 단축이 중요한 선수들은 이런 규제가 달갑지 않다. 남자 100m에서 9초77 기록을 보유한 트레이본 브로멜(미국)은 “(스폰서인) 뉴발란스가 완벽한 운동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건 알지만 그 운동화가 내 기록에 엄청난 영향을 주진 않는다”고 말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도쿄올림픽#육상#첨단 러닝화#경기 기록 영향#불공정 경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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