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2차 가해’ 피고인, 국방장관실 200m 거리 수감중 숨져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 박효목 기자 , 장관석 기자 입력 2021-07-27 03:00수정 2021-07-2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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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재판 앞두고 극단적 선택 추정
독방 내 CCTV 없는 화장실서 발견… 국방부 영내서 피고인 사망은 처음
지휘부 관리소홀 논란… 靑은 당혹
‘공군 女중사 사망’ 원인 규명 차질… 피해자 남편 “엄정 법집행 기회 박탈”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 수사 관련 민간 자문기구인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22일 제6차 회의를 연다. 심의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는 고(故) 이모 중사를 ‘’2차 가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제15특수임무비행단 간부 2명에 대한 기소 여부 심의가 이뤄진다. 심의위는 지난 6일 열린 제5차 회의에서 15비행단 소속 운영통제실장 A씨와 레이더정비반장 B씨의 직권남용가혹행위죄에 대해서는 불기소 의견으로 의결했다. 사진은 22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이모 공군 중사 분향소 모습. 2021.7.22/뉴스1 (성남=뉴스1)
공군 여부사관 이모 중사의 성추행 피해 사망사건에서 2차 가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공군 부사관이 25일 국방부 영내 미결수용실(구치소에 해당)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국방부 영내에서 피고인이 사망한 것은 처음인 데다 사건 장소가 서욱 국방부 장관의 집무실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200여 m 떨어진 곳이어서 수용자의 총체적 관리 소홀 등 군 지휘부의 책임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성추행 피해 호소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이 중사에 대한 2차 가해의 실체적 진실을 재판으로 가리는 작업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26일 군에 따르면 25일 오후 2시 55분경 국방부 영내 근무지원단의 미결수용실 내 화장실에서 A 부사관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오후 4시 55분경 사망했다. 군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수사기관에서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 부사관은 이 중사에 대한 2차 가해 및 보복 협박, 면담 강요 등 혐의로 지난달 30일 구속 기소돼 다음 달 재판이 열릴 예정이었다.

군 안팎에선 야전부대도 아닌 군 최고 기관의 영내 수용시설의 허술한 관리 실태와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많다. 사건이 일어난 미결수용실은 지하 1층에 화장실이 딸린 여러 개의 독방으로 이뤄졌다. A 부사관도 독방에 수용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근무지원단 예하 군사경찰대대 소속 간부와 장병들이 상주하며 정기순찰을 하고, 곳곳에 폐쇄회로(CC)TV도 설치돼 있다. 군사경찰은 수용자가 보이지 않는 등 이상 발견 시 방에 들어가 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다.

A 부사관의 경우도 방 안에서 보이지 않자 군사경찰이 들어가 화장실까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용자가 단시간 내 화장실에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군사경찰이 내부 순찰 및 수용자 확인 규정을 철저히 준수했는지가 수사 과정에서 규명돼야 할 대목이다. 군 관계자는 “독방 내 화장실은 수용자 인권 문제로 CCTV 감시 범위 밖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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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부사관의 사망으로 재판부는 공소기각 결정을 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2차 가해와 협박 등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원인 규명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군 인권센터는 “대낮에 수감시설 내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데는 국방부의 관리 소홀과 안일한 상황 인식이 작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중사의 남편도 변호사를 통해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A 부사관의 비위 사실이 증명되길 고대했지만 국방부의 관리 소홀로 그 기회가 박탈됐다”며 “사건의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차질이 빚어져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청해부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에 대해 23일 “송구하다”고 사과한 지 이틀 만에 또 국방부에서 불미스러운 사고가 일어나자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참모회의에서 이번 사건을 보고받고 안타깝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북한 귀순자 경계 실패와 부실 급식, 공군 여중사 사망사건, 청해부대 34진 집단감염에 이어 영내 수용자 사망 등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물어 야당이 서 장관의 경질론을 계속 제기하는 만큼 문 대통령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이번 사건은 국방부의 관리 소홀 문제가 명확하다”며 “야당이 서 장관의 경질을 요구하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도 서면브리핑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방부는 유족과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경위와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책임 소재를 명명백백하게 가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 국방위원회에선 국방위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수용자를 어떻게 관리하기에 군 수용시설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느냐. 얼마나 군 기강이 엉망진창이면 하다하다 수용시설에서 이런 상황이 생기느냐”고 질타했다. 서 장관은 “수사팀을 구성해 군사경찰과 검찰이 합동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장 감식과 사망자 감시 절차를 진행해 엄정히 수사하겠다”고 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성추행 2차 가해#국방장관실#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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