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요 피의자 국방부 영내 사망, 사후 관리도 엉망인 軍

동아일보 입력 2021-07-27 00:01수정 2021-07-27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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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사망한 공군 여중사에 대한 2차 가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부사관이 25일 낮 국방부 영내 미결수용시설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A 부사관은 성추행 피해자의 직속상관으로서 “없던 일로 해줄 수 없겠느냐”며 회유·협박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내달 6일 첫 공판을 기다리던 상태였다. 군 관계자는 “A 부사관이 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군 피의자가 야전부대 수용시설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는 있었지만 국방부 영내 수용시설에서 숨진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국방부 장관 집무실로부터 직선거리로 불과 200m 떨어진 시설에서, 그것도 대낮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 더욱이 사망자는 대통령까지 나서 엄정 수사를 지시한 주요 사건의 피의자였다. 국방부의 허술한 관리와 기강 해이, 나아가 군 지휘부의 감독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A 부사관의 사망에 따라 여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과 군의 은폐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 작업에도 일정 부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A 부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한 동기에 대해서도 흐지부지 넘어갈 수 있다. 군사경찰과 군검찰이 합동으로 조사에 나섰다는데, 수용시설의 관리·감시 소홀 여부는 물론이고 수사 과정에서 강압이나 모욕 같은 행위는 없었는지 철저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성추행 피해자에 이어 2차 가해 피의자까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런 부조리한 현실이 폐쇄적이고 후진적인 조직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 군에서 벌어졌다. 일이 터지면 일단 쉬쉬하고 드러나면 작전하듯 법석을 떠는 무사안일과 면피주의 집단이 개인 누군가에겐 가혹한 침묵이나 희생을 강요한 것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군대와 사회를 구분하던 시대는 지났다. 군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똑같은 사건, 똑같은 불행의 재발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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