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파병 장병에 백신도 안 보낸 무심한 나라

동아일보 입력 2021-07-17 00:00수정 2021-07-17 06:32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문무대왕함. 사진=국방일보 제공
군 당국이 어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 승조원 300여 명을 전원 귀국시키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군은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KC-330 2대를 급파할 방침이다. 수송기에는 의료진과 문무대왕함 귀환을 담당할 대체 인력이 탑승한다. 문무대왕함을 국내로 귀환시키는 데는 한 달가량 걸리는 만큼 그사이 감염 확산 같은 비상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확진 여부와 상관없이 전원을 복귀시키기로 한 것이다.

해외에서 작전하던 장병들의 전원 귀국 사태까지 낳은 이번 청해부대 집단감염은 무엇보다 안이한 방역의식과 주먹구구식 초기 대응 탓이 크다. 멀리 바다 위 함정에서 발생한 탓에 신속한 대처와 현지 협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지만 최초 의심 증상자 발생 이후 제대로 된 검사를 통한 코로나19 확진까지 열흘 넘게 걸렸다. 허술한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번 대응 과정에서 지휘·보고 체계에 문제가 없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군함은 좁고 밀폐된 격실에서 다수가 생활하고 환기시설도 연결돼 있어 코로나19에 극도로 취약하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사례에서 확인됐다. 지난해 미국 항공모함 시어도어루스벨트에서 1000여 명이 감염되는 사태가 있었고, 우리 해군 상륙함 고준봉함에서 확진자 30여 명이 나온 것이 석 달 전이다. 근해도 아닌 머나먼 해역에서 작전하는 청해부대는 더더욱 높은 경계심과 면밀한 예방 대책으로 무장했어야 했다.

백신 접종이라는 근본 대책을 소홀히 한 군 당국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문무대왕함은 국내 접종이 시작되기 전인 2월 초 출항해 한 명도 백신을 맞지 못했다. 군 당국은 먼바다에서 작전하는 청해부대의 임무 특성상 백신 부작용에 대한 응급대처와 냉장 보관 기준 충족이 어려워 현지 접종은 곤란했다고 설명하지만, 국내 일반 장병들도 모두 백신 접종을 마친 터에 청해부대에 대해선 파병 4개월이 되도록 무심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주요기사
파병 장병들은 세계 각지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평화 유지나 재건사업, 의료 지원 같은 임무를 수행한다. 한결같이 위험하고 열악한 지역에 파견돼 한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런 만큼 각별한 수단을 강구해서라도 파병 장병들에게 백신을 보내 접종하는 국가적 배려가 있어야 했다. 이역만리에 보내놓고 방역 사각지대에 사실상 방치한 무책임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파병 장병#백신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