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사외이사 ‘잘 모른다’ 더는 안통해… 계속 질문할 것”

홍석호 기자 입력 2021-06-23 03:00수정 2021-06-2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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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만 30대 그룹 여성 이사회 의장 된 환경전문가 김명자 前장관
“ESG경영, 이젠 기업 생존의 문제 민관 협력해 평가지표 만들어야”
효성그룹 첫 여성 이사회 의장을 맡은 김명자 의장이 17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이제 사외이사의 ‘잘 모른다’는 변명, 통하지 않아요. 의사결정을 잘못하면 사회적 지탄을 받습니다. 저는 계속 질문하는 의장입니다.”

김명자 ㈜효성 이사회 의장(77)이 17일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재계 화두로 떠오른 이사회 중심 경영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김 의장은 헌정사상 최장수 여성 장관(환경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첫 여성 회장 등을 거친 환경, 과학기술 전문가다.

김 의장은 3월 효성그룹의 지주사인 ㈜효성의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됐다. 국내 30대 그룹에서 여성 이사회 의장이 나온 것은 2006년 KT(윤정로 의장) 이후 15년 만이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3월 기준 국내 100대 기업 사외이사 440명 중 여성 사외이사는 59명뿐이다. ‘여성 이사’가 여전히 드문 상황에서, 효성이 ‘여성 환경 전문가’를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책임자로 선임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특히 거수기 이사 역할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외이사의 견제와 투명성 강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장은 “효성이 일반적으로 그룹 총수가 맡아 왔던 이사회 의장을 내려놓은 것은 권위의식 등을 과감히 깨고, 이사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토양을 만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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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전문가인 김 의장은 특히 효성에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뿌리내리면서 동시에 수소경제에서 신성장동력을 찾는 데 힘을 싣고 있다. 그는 “선진국에선 ESG의 영향으로 금융, 세제 등의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ESG 측면에서 미흡한 기업의 제품을 선택하지 않겠다고 답한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며 “이제 기업들에는 생존을 위한 현실이 됐다”고 진단했다.

ESG 경영을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 김 의장이 제안한 것은 민과 관이 협력해 만드는 합리적인 평가지표 마련이다. 그는 “더 이상 정부나 기업 한 분야에서만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정부는 역동적인 현장에 직접 서서 당사자인 기업의 목소리를 듣고 ESG 경영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소경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수소경제의 비전과 관련 자료 등을 조현준 효성 회장에게 정리해서 보내주기도 한다. 이사회에 참석했을 때 전문분야가 아니더라도 단박에 이해가 되지 않는 사안이 있으면 끊임없이 질문을 한다고 했다. 김 의장은 “수소경제가 가야 할 길이지만 험난하고 불확실성이 커서 혼자 잘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민관 파트너십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수십 년 동안 과학자, 공직자, 기업 등 소속된 조직 내에서 ‘첫 여성’이라는 타이틀을 달아 왔다. 김 의장은 “이 과정에서 두 가지를 느꼈다. 하나는 여성이 남성 고유의 영역에 들어가야 ‘양성’이 공존하는 생태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 그 분야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양성이 참여해 의사 결정하는 일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 느낀 점은 정책을 결정하는 고위직에 여성이 올라갔다면 일을 정말 잘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격이 없고 일을 못하는데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자리에 올리면 여성이 일을 못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준다”고 강조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김명자 前장관#㈜효성 이사회 의장#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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