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플랫폼’ 노리는 은행 앱 “실손보험금 청구도 손쉽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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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시중은행 모두 기능 탑재… 100여개 대형병원 서비스 제공
작년 2월부터 3만4314건 청구, 이용 페이지 방문은 109만건
“청구 전면 자동화로 법 개정해야”

시중은행들이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앱)에 실손의료보험금을 손쉽게 청구할 수 있는 기능을 앞다퉈 탑재하고 있다. 청구 절차가 번거로운 실손보험을 은행 앱에서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게 해 ‘금융 플랫폼’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전날부터 ‘KB스타뱅킹’ 앱에서 ‘실손보험 빠른 청구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이 은행 앱에 접속해 병원을 검색한 뒤 개인정보와 보험사를 입력하면 병원 진료기록이 보험사로 자동 전송되는 서비스다. 일반 병원비뿐 아니라 치과 치료비, 의약품 비용 등도 청구가 가능하다.

이로써 지난해 2월 가장 먼저 서비스를 도입한 신한은행에 이어 올 들어 우리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까지 4대 시중은행이 모두 은행 앱에 실손보험 청구 기능을 탑재하게 됐다. 4개 은행은 모바일 플랫폼 핀테크인 ‘지앤넷’과 제휴해 서울성모병원 인하대병원 부산대병원 등 100여 개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모든 보험사의 실손보험 가입자는 해당 은행에서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진단서, 영수증 등 별도 종이서류를 제출할 필요 없이 은행 앱을 통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종이서류를 촬영해 앱으로 전송해야 하는 병원도 있다. 종이서류 없이도 보험금 청구가 가능한 병원을 계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실손보험 청구 기능을 도입하는 것은 자사 앱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확대해 ‘생활금융 플랫폼’의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국내 실손보험 가입자는 3400만 명이 넘지만 청구 절차가 복잡하고 불편해 보험금을 제대로 받아가지 않는 이들이 많다. 최근 소비자단체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의 47.2%가 절차가 번거롭고 시간이 없어 보험금 청구를 포기했다. 이런 소비자들에게 간편한 청구 서비스를 제공해 은행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을 통해 실손보험금을 청구한 건수는 4월 말 현재 3만4314건이었다. 보험금 청구 페이지를 방문한 건수는 109만여 건이나 됐다. 해당 서비스를 통해 100만 건 이상의 앱 방문 수요를 만들어낸 셈이다.

하지만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불편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은행 앱 서비스를 넘어 보험금 청구 절차를 자동화하는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은행 등이 제휴를 통해 실손보험 청구 서비스를 도입해 왔지만 일부 대형병원에 한정돼 있다”며 “소비자의 불편을 해소하려면 보험업법 개정을 통한 전면 전산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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