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와 정상회담 나흘만에… “나발니 독살 시도 관련 러 추가제재”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입력 2021-06-22 03:00수정 2021-06-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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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러 다시 충돌… 관계 급속 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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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政敵)인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독살 시도와 관련해 미국이 20일 러시아에 대한 추가 패키지 제재를 예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고 관계 개선 가능성을 시사한 지 나흘 만에 나온 강경조치다. 이에 러시아가 반발하면서 미-러 관계는 회담을 갖자마자 다시 삐거덕거릴 조짐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나발니 독살 시도에 대해 “이 사안에 적용할 또 다른 제재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정확한 (제재) 대상을 정하는 대로 추가 제재가 이뤄질 것”이라며 “화학무기와 관련한 추가 제재를 단행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은 러시아의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건설과 관련된 러시아 단체들에 대한 제재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독일로 보내는 해저 가스관 연결 사업이다.

그는 “러시아의 해로운 행위에 대응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사이버 공격이든, 대선 개입이든, 나발니 문제든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이런 행위들에 대해 제재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새 행정명령을 내린 사실도 상기시켰다.

바이든 행정부는 앞서 3월 나발니의 독살 시도에 개입한 푸틴 대통령의 측근 등 러시아 고위 인사 7명과 관련 기관들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직후 “양국 관계를 개선할 전망이 있다”고 했고 푸틴 대통령은 “신뢰의 섬광이 비쳤다”고 했지만 나흘 만에 미국이 다시 제재 방침을 꺼내 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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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설리번 보좌관의 발언은 앵커가 ‘백악관이 제재를 부과할 시한을 놓쳤다는 의회의 비판이 나온다’며 추가 대응을 묻는 과정에서 나왔다.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은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생)화학 무기 통제 및 제거법’에 따른 러시아 제재 연장 시한(6월 초)을 놓쳤다는 점을 지적하며 “푸틴 대통령이 독살에 대해 후회하는 빛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푸틴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도 성과가 없었다는 폄하 혹은 푸틴 대통령의 반인권 정책에 정당성만 부여해줬다는 일부 정치권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에게 책임을 묻기는커녕 빠져나갈 여지를 만들어줬다”고 비난했다. 일부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아예 푸틴 대통령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이런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러시아에 강하게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회담 직후 뒤통수를 치는 듯한 미국의 움직임에 러시아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아나톨리 안토노프 미국 주재 러시아대사는 “회담 후에 우리 모두가 기대했던 신호가 아니다”며 “제재를 통해 양국 관계를 안정화하고 정상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미-러 관계 악화로 3월 러시아로 돌아갔다가 이날 워싱턴으로 복귀하는 길이었다. 16일 회담에서 두 정상은 관계 악화로 각자 소환했던 자국의 대사와 외교관들을 상대국에 복귀시키기로 합의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에서 “미국이 자신들의 경쟁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가짜 독살 문제를 갖고 법석을 떨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미국#러시아#정상회담#나발니 독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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