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장택동]로톡 갈등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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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작은 다툼이 법적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1년에 약 50만 건의 고소·고발이 벌어지고 500만 건 가까운 민사 소송이 제기되는 게 현실이다. 송사에 얽힌 시민의 눈에 법조문은 암호처럼 어렵고,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할지도 막막하다. 변호사와 상담하고 싶어도 얼마나 달라고 할지,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걱정이다. 변호사 3만 명 시대를 맞았지만 아직 변호사와 시민 사이의 거리는 가깝지 않다. 그 틈을 로톡 등 법률 플랫폼이 파고들고 있다.

▷시민들이 법률 플랫폼을 찾는 이유는 단순하다. 편하고 싸기 때문이다. 로톡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이혼, 성범죄, 임대차 등 70여 개 분야별로 변호사들이 등록돼 있어 원하는 변호사를 찾기 쉽다. 각 변호사는 다양한 방식의 상담을 제공하는데 15분 전화상담의 경우 최저 2만 원이다. 사건을 맡게 될 경우 수임료는 얼마인지도 공개하고 있어서 수임료를 놓고 ‘밀당’을 하지 않아도 된다.

▷로톡에는 약 4000명의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는데 젊은 변호사가 많다. 인맥과 평판이 있는 전관 출신 변호사나 대형 로펌과 달리 젊은 변호사들에겐 로톡이 수임의 중요한 통로가 된다. 반면 이미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변호사들은 로톡이 달갑지 않다. 법률 플랫폼이 커질수록 수임 경쟁은 치열해지고, 변호사 수가 늘면서 하락 추세인 수임료는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법률 서비스의 수준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변호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한변호사협회는 ‘로톡 등에 가입한 변호사는 8월부터 징계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만들었다. 징계가 현실화돼 변호사가 대거 탈퇴하면 법률 플랫폼은 생존하기 어렵다. 로톡은 헌법소원을 내고, 대한변협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 맞서고 있다. 여기에 대한변협을 감독하는 법무부가 이 규정을 직권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논란은 확산 일로다.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서비스와 기존 사업자들의 충돌이라는 측면에서 이번 갈등을 ‘제2의 타다 사태’로 표현하기도 한다.

▷변호사는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한다고 법에 규정돼 있고, 공적인 기능도 하는 만큼 사회적 존중을 받을 필요가 있다. 반면 소비자인 시민으로서는 보다 낮은 비용으로 법률 서비스를 이용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데, 여전히 수임료는 부담스럽다. 민사 본안 소송의 70% 이상이 변호사를 쓰지 않는 ‘나 홀로 소송’으로 진행될 정도다. IT와 법률이 접목된 ‘리걸 테크’가 확대되고 있어 대한변협과 로톡 간의 갈등과 비슷한 일이 또 벌어질 수 있는 만큼 충실한 논의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단, 해법의 중심은 국민의 편익이 돼야 할 것이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
#로톡#변협#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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