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양종구]코로나로 무너지는 스포츠 산업 현장

양종구 논설위원 입력 2021-05-14 03:00수정 2021-05-1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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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돌게 하는 대회 잇단 취소에 ‘한숨’
방역수칙 철저히 지키며 시설 개방해야
양종구 논설위원
스포츠용품 업체 A 회장은 요즘 월말이 오는 게 두렵다. 매달 돌아오는 수억 원의 어음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막지 못하면 바로 부도 처리돼 회사 문을 닫아야 한다. 지난해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매출이 80% 이상 감소해 1년 넘게 빚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개인 소유 부동산을 다 담보로 잡히고 받은 대출만 수십억 원이다. 최근엔 집안 친척 부동산까지 담보로 잡힌 뒤 어음을 막았다. 그는 “일단 버텨야 살 수 있기에 은행 대출로 막고 있다. 올해는 이렇게 넘길 수 있지만 내년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국내 스포츠 산업도 코로나의 거친 파고에 무너지고 있다. 한 중소 스포츠용품 브랜드는 상황이 악화돼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규모가 큰 글로벌 브랜드들은 코로나 역경에 흔들리지 않지만 중소업체는 살아남는 게 버겁다고 한다. 적자를 메우기 위해 은행 대출로 근근이 버티며 코로나가 빨리 사라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데 정부 당국의 예상과 달리 백신 접종에 차질을 빚는 등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스포츠는 사람들이 움직여야 자금이 흐르는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대회가 열려야, 혹은 사람들이 운동을 해야 티켓 및 스포츠용품 등에 대한 구매력이 발생한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사실상 엘리트 및 아마추어 대회가 셧다운됐다. 지난해 국내 최대의 엘리트 대회인 전국체육대회와 소년체육대회가 열리지 않았다. 각 도민체육대회도 취소됐다. 중소 스포츠용품 업체들의 경우 전국체육대회와 소년체육대회, 도민체육대회 단체복(지역별 유니폼 및 단복) 매출 비중이 크다. 대회 개최를 예상하고 미리 대량 주문했는데 취소되는 바람에 재고가 창고에 쌓여 있는 것이다.

프로 스포츠와 엘리트 일부 종목이 방역 수칙에 따라 경기를 하고 있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프로 스포츠는 10%의 관중만 받을 수 있어 ‘적자 운영’을 하고 있다. 엘리트 및 생활체육 대회는 지방자치단체의 후원을 받아 시설을 활용해야 하는데 지자체가 시설을 개방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지자체에 시설 운영 자율권을 줬지만 혹 코로나가 터지면 문책을 당할 수 있어 대부분의 지자체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일부 개방된 시설에 사람들이 몰려 오히려 방역에 해가 되는 일도 생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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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스포츠 시설이 통제되다 보니 새로운 현상도 나타났다. 방역에서 자유로운 자전거와 등산, 달리기 등 개인 스포츠 쪽으로 사람들이 몰린 것이다. 국내 모 자전거 업체는 지난해 전년 대비 50% 이상 매출이 증가했고, 올해도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늘었다.

팬데믹 상황에서 스포츠 대회 개최도 방역이 최우선이다. 10일 강원 태백고원체육관에서 개막한 태권도대회에 388개 팀 3500여 선수 임원이 참가했다. 지난해 대회가 열리지 못해 예상보다 800명이 더 참가했지만 철저한 방역시스템을 가동하고 중등부와 고등부, 대학 일반부로 나눠 숙박과 대회 일정을 분산해 치르고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여야 건강하고 즐겁게 살 수 있다. 통제만이 능사가 아니다. 공공 스포츠 시설을 막으니 사람들이 도로와 산으로 나가는 이유다. 방역 수칙을 준수하게 하면서 공공 스포츠 시설을 개방해 대회도 개최하고 국민들이 운동을 즐기게 해야 스포츠 산업은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다.

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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