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길 가는 이대남에게 물어봐라, 反페미인지 아닌지”

  • 주간동아
  • 입력 2021년 4월 24일 14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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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잘된다고 여성 삶 나아지나”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마치니 더욱 바빠졌다. 오세훈 서울시장 이야기가 아니다. 선거캠프에서 뉴미디어본부장을 맡았던 이준석(36)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최고위원 이야기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총선 때는 부정선거 이슈 때문에 선거 이후 쉬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20대 남성 지지층 결집 현상을 설명하느라 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연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해당 주제로 논쟁하고 있다. 5월 2일 종합편성채널 채널A가 주최하는 ‘MZ세대를 말한다’ 토론회에서 진 전 교수와 설전을 벌일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4월 19일 서울 여의도 한 사무실에서 만난 이 전 최고위원은 “선거 때만 반짝하면 불가역적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며 최근 ‘이대남’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준석은 서울시장 보궐 선거가
끝난 후 더욱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조영철 기자]
이준석은 서울시장 보궐 선거가 끝난 후 더욱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조영철 기자]


“20대 남성 자네들은 말이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어떻게 평가하나.

“오세훈 서울시장이 믿기지 않는 승리를 반복했다. 경선 당시 ‘당 조직이 8 대 2로 나경원 전 의원 쪽으로 기울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쏠림 현상이 심했는데 이를 극복했다. 당내 인사들이 정치공학적 이유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지원하기도 했다. 당의 원로라고 하는 중진의원들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싫다는 이유만으로 안 후보를 위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당내 젊은 사람들이 피눈물을 흘렸다. 오 시장도 상당히 상처를 받았다. 젊은 사람들은 세대교체를 반드시 하겠다는 열망으로 선거에 임했다.”

청년들의 호응도 좋았다. 선거를 마치고 페이스북에 “20대 남자 자네들은 말이지”라고 썼다.

“(20대 남성이) 대단하다, 어쩔 줄 모르겠다는 의미였다.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 득표율이 72.5%였다. 징후를 여러 경로로 느끼고 있었지만 이만큼 압도적 수치를 보일 줄 몰랐다. 20대 남성을 제대로 공략했고, 그들도 화답한 희한한 케이스였다. 제1야당 입장에서 자신감을 갖게 된 경험이었다.”

2030세대의 특징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전통 보수와 달리 개인주의적이고 자유주의적이다. 개인의 행복, 인권의 집합이 모두의 행복 및 인권이라고 생각한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문제에서 처음으로 표출됐다. 과거 군사정권에 맞서 자유나 인권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던 사람들이 배치되는 모습을 보이자 반발했다.”

보궐선거에서는 어떻게 발현됐나.

“5060 이상이 겪은 세상과 20대가 겪는 현실은 너무나 다르다. 이들은 윗세대가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을 짜는 것에 반감을 갖고 있다. 진중권 전 교수가 페이스북을 통해 ‘초등학교 교사는 대부분 여성인데, 교장은 또 대부분 남자’라고 말했다. 한 누리꾼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댓글을 달았더라.”

교육통계 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여성 초등학교장 수는 3097명으로 전체의 50.9%이다.

“각종 문제에 논리적·사색적 접근을 하는 진 전 교수도 본인의 학창 시절 경험에 근거한 선입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진 전 교수가 현 상황을 당황스러워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1~2년간 진 전 교수에게 가장 뜨거운 호응을 보낸 집단이 20대 남성이다. 진 전 교수도 이들의 태도 변화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변화에 맞춰 학습하지 않으면 꼰대가 되는 게 자명하다. 민주화운동을 한 586이 꼰대가 된 것 역시 아직도 자신들이 민주화운동을 하고 있다고 착각해서 아닌가.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설훈 의원은 20대가 잘못된 교육을 받은 탓이라고 했다.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게임하느라 경쟁에서 뒤처져 그렇다고 말했다. 본인들이 심판의 대상이 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발버둥치고 있다.”

“김남국 커뮤니티 만세돌격 이해 안 돼”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이준석 뉴미디어본부장(왼쪽)이 3월 25일 서울 노원구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이준석 뉴미디어본부장(왼쪽)이 3월 25일 서울 노원구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보궐선거 승리의 핵심 아닌가.

“LH 사태 때문에 오 시장이 이긴 것일 수 있다. 하지만 LH만으로는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성의 72.5%가 오 시장을 지지한 사실을 설명하지 못한다. LH 사태가 중요했다면 20대 여성도 비슷하게 분노했어야 한다. 남성 득표율만 높았던 결과는 젠더 이슈를 빼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이 전 최고위원은 보궐선거 패배 원인이 ‘조국 수호가 아니라 경제 문제 때문’이라는 민주당의 내부 반성에 대해 “(해당 주장을 한) 김남국 의원은 조국 키즈로 알려졌다. 과거 방송에 함께 출연했을 때 쉬는 시간에 ‘어제 조국 교수에게 문자가 왔다’고 나한테 자랑하던 기억이 난다. 조국 사태 영향이 없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스스로도 알 거다. 좋아하는 사람이 욕먹으니 떼어놓고 생각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전 최고위원이 인터넷 커뮤니티 담론을 쫓는다는 비판이 있다.

“나만큼 커뮤니티에서 욕먹고 다니는 사람이 없다. 나와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커뮤니티를 공략할 생각을 안 한다. 김남국 의원이 커뮤니티(에펨코리아)에 ‘만세돌격’했던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익명의 아이디를 갖고 활동하는 수천 명의 대중을 무슨 수로 포섭하고 설득하나.”

구직 어려움이 남성의 분노를 키운 것 아닌가.

“길 가는 20대 남성 아무나 붙들고 물어보라. 페미니즘 때문이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최근 ‘한겨레’나 ‘여성신문’ 등 여러 곳에서 나를 비판한다. 나에게 뭐라 하지 말고 그냥 돈 들여서 여론조사를 해라. 존재하는 현상을 부인하면 남는 것은 망상뿐이다.”

여성계는 “민주당이 언제 여성주의에 올인했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당은 할당제정책에 적극적이었다. 현 정부는 내각의 30%를 여성으로 채우겠다는 수치적 목표를 세웠다. 추미애, 유은혜, 김현미 같은 전현직 장관이 다 이렇게 만들어졌다. 결과는 어떤가. 추 전 장관은 검찰개혁을 한다며 나라를 흔들었다. 유 장관은 조 전 장관 일가의 문제에 대해 미진한 답변만 했다. 교육 부문에 남긴 족적도 없다. 김 전 장관 역시 국토 문제에 전문성이 전혀 없는 인사다. 문재인 정부는 굉장히 많은 사안을 그들 나름의 젠더 관점에서 처리했다. 김현미가 잘된다고 평범한 여성의 삶이 나아지는 건 아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이 전 최고위원이 “청년들이 겪는 고통의 원인을 여성과 소수자 탓으로 돌리며 주목받으려 한다”고 꼬집었다.

“정의당은 페미니스트 정당을 표방했지만 전임 당대표가 그 부분에 철저하지 못해 물러났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역시 마찬가지 경우였다. 국민은 정치인이 페미니즘을 말한다고 도덕적으로 우월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안다. 강 대표는 나 대신 정의당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을까. 말만 하지 말고 실천하자. 정의당 덕분에 여권 향상을 체감했는지 여성들에게 물어보라. 그렇다고 말하는 사람 없을 것이다.”

“래디컬 페미니스트와 일반 여성 생각 달라”
일각에서는 보궐선거에서 부각된 전통 보수정당 지지층과 2030세대의 결합이 일시적 현상으로 그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두 집단은 성격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이대남 중심 행보에 여성들이 국민의힘에 반발하지 않을까.

“성별을 기준으로 한 대립 구도라는 지적은 통하지 않는다.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여성을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다. 탈코르셋을 원하면 하면 된다. 다만 이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적으로 돌리는 순간 영원히 소수자가 된다. 나와 하태경 의원이 래디컬 페미니스트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을 일반 여성들이 불편해하지 않으리라고 본다. 태극기부대를 공격한다고 내가 기분 나빠하지 않듯이 말이다. 래디컬 페미니스트를 공격하면 여성들이 싫어할 것이라는 주장은 ‘태극기부대 공격하면 보수가 싫어할 것이다’라는 말만큼이나 틀렸다.”

2030세대와 국민의힘의 결합이 지속되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데.

“정치권에서 2030세대가 적게 대표되는 이유는 이들이 뚫기 어려운 룰을 강요해서다. 낮에 서울 여의도에 모일 수 있는 청년은 특권층에 가깝다. 대다수 능력 있는 청년은 산업전선,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토론 배틀 등을 확대해 실력이 입증된 사람에게 당 대변인 직함을 주는 것을 계획 중이다. 당 청년위원회에서 10년 동안 구르라는 식으로 진행할 생각 없다. 선발주의가 강화돼야 한다.”

당내 청년조직인 청년의힘 설립 취지와 반대된다.

“유럽식 정당 구조를 본떠 청년당을 만들자는 것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생각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와 생각이 다르다. 젊은 인재들이 정치권에 진입할 수 있는 한국 나름의 경로가 많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

향후 2030세대를 흔들 이슈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2012년 김종인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과 식사하며 나눈 이야기가 있다. 여아 100명당 남아가 100~110명 사이로 태어난다. 문제는 남녀 평균 결혼 연령대가 다르다는 점이다. 2000년생 남성은 33만 명이고, 2005년생 여성은 21만 명이다. 두 집단을 비교하면 성비가 150 대 100이 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지 민주당에 묻고 싶다. 이들에게 ‘너희 중 3분의 1은 결혼을 못 할 거다’ 이렇게 이야기할 자신 있나.”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86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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