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의 미래 뺏는 기후변화 방치[기고/이서영]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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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실장
이서영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실장
‘99년 만에 가장 이른 벚꽃’이라는 뉴스 타이틀을 본 순간 올여름 더위가 걱정됐다. 최근 우리는 기후변화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고 날씨와 주변 자연의 변화를 체감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기후환경이 소중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실제 생활에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왜 변하지 않는 것일까. 첫째,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후변화를 알고 있지만 나의 문제로, 내가 해결해야 할 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문제의식을 가진 집단이 크면 클수록 내가 아닌 누군가는 하겠지 하며 ‘방관자’가 된다. 기후변화도 그렇다.

둘째, 오늘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기에 딱 좋다. 우리는 종이컵과 비닐봉지 대신 텀블러와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닐 수 있지만 편리함을 포기하지 않고 ‘다음’으로 미룬다. 환경을 위한 가치소비도 마찬가지다.

셋째, 우리는 나중에 얻을 큰 보상보다 작더라도 지금 당장 얻을 수 있는 보상을 더 높게 평가한다. 지금 당장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편리한 생활을 포기하고 우리 모두가 얻는 나중의 보상을 기다리기에 너무 먼 것일까. 하지만 기후변화가 먼 훗날의 일이라 하기엔 체감 빈도가 잦아졌다. 코로나19, 빨리 피는 꽃, 긴 장마, 폭염, 혹한, 가뭄, 홍수, 사계절 미세먼지까지…. 이런 변화는 우리의 삶은 물론이고 산업구조까지 바꿔 놓는다.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는 여러 생명체들과 지구를 나눠 쓰고 있다. 지구의 온도가 2도 오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질문을 바꿔 다시 해보겠다. 우리 몸의 온도가 36.5도에서 2도 올라 38.5도가 넘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대로 간다면 지금의 아이들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은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것보다 더 큰 어려움에 놓일 것이다. “당신들은 자녀를 가장 사랑한다 말하지만,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모습으로 자녀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 우리의 미래를 빼앗지 말라”고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어른들에게 호소한다.

아동들에게 기후변화는 미래의 과제가 아니라 당장 풀어야 할 과제이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기후변화가 ‘지금 당장’ 아이들의 당면과제라는 인식하에 ‘기후변화체감 ing’ 캠페인을 전개한다. 기후변화 대응에 취약한 아동생활 환경을 개선하고 아동의 목소리를 사회에 전하는 참여활동이다. 재단 자료에 따르면 아동 63.6%와 성인 58.2%가 기후변화의 부정적인 영향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응답했다.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김미진(가명·고3) 학생은 자신이 꿈을 이룰 무렵이면 기후변화의 피해로부터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 같다고 했다.

2019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툰베리를 비롯한 아동들이 참여해 기후변화의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해 달라고 요청했다. 올해는 우리나라가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우리 아이들에게 기후변화는 ‘내일’ 할 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다.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지면 어른들은 가해자, 아이들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이서영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실장


#자녀#미래#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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