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장영훈]추락하는 경북경찰청의 위상

장영훈·대구경북취재본부 입력 2021-04-08 03:00수정 2021-04-08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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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훈·대구경북취재본부
“한동안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경북경찰청 한 간부는 최근 동료들의 기강 해이 문제를 접하고 참담했다고 한다. 그는 “음주운전, 택시 운전사 폭행 같은 범법 행위도 참 부끄러웠지만 불륜 관계였던 남녀 간부가 순찰차에서 애정 행각을 벌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비참한 생각까지 들었다”고 털어놨다.

경북경찰청의 위상이 계속 추락하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납득하기 어려운 의무 위반 사례가 2018년부터 매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직 같은 중징계 건수도 적지 않다. 전국에서 늘 모범이었던 예전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은 결국 실체를 파악하지 못했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도 이례적으로 추가 수사 의지를 보였지만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지 못했다. 경찰이 공개수사를 하지 않아 방송 매체들이 제보자 찾기에 나서는 촌극도 벌어졌다. 한 직원은 “우리가 찾지 못한 뜻밖의 실마리가 방송에 나오면 어떻게 하나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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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선망의 대상이었던 경북경찰청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일선 경찰서의 한 간부는 “의무 위반이 증가하기 시작한 2018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해 안동으로 청사를 이전했는데, 그때부터 퇴임을 앞둔 청장이 부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곧 나갈 청장이 무슨 의지가 있겠나. 조직 분위기도 가라앉았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그즈음 경북경찰청의 신규 치안 사업은 사라졌다. 전국 첫 사례로 추진하는 사업이 많았지만 이제 그런 적극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2017년 장기 실종자 추적팀, 2015년 안심마을 조성, 2014년 상점 발(足) 비상벨 설치 등 기자가 기억하는 굵직한 일도 여럿이다. 2015년에는 가족의 행복을 지키고 친구처럼 곁에서 돕는다는 뜻의 ‘감성 치안’ 개념도 만들었다. 한 경찰은 “요즘 변화라면 청사 1층 카페만 자꾸 바뀌는 정도”라며 “솔직히 의욕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의 꽃’인 총경 승진도 홀대받는다는 말이 나온다. 경북경찰청은 2016년 이후 5년간 총경 11명을 배출해 연평균 2명이 승진했다. 올해는 자치경찰제 도입으로 자리가 늘었는데도 2명만 승진했다. 다른 지역은 보통 3, 4명이 총경을 달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구경찰청 간부들은 경북경찰청으로 인사 이동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한 간부는 “안동 청사가 대구에서 멀고 경북은 관할 지역도 넓다. 말년 청장이 끌어주지 못하는데 굳이 갈 이유가 없다”고 했다.

조직 혁신은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경북경찰청이 예전의 모습을 찾는 날이 늦어지지 않길 바란다.

장영훈·대구경북취재본부 jang@donga.com
#경북경찰청#음주운전#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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