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 제조업 갈 길 보여준 K조선의 부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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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조선업계가 올해 1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배에 달하는 수주를 따내며 세계 1위를 차지했다. 1분기 세계 선박 발주량 1024만CGT(표준선 환산톤수·323척)의 52%인 532만CGT를 차지하며 중국을 제친 것이다. 중국의 물량공세와 수주 가뭄에 시달리며 사양산업 취급을 받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이다.

한국의 조선 산업은 중국이 세계시장 1위에 오른 2012년부터 추락하기 시작했다. 살아남기 위한 고강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지면서 조선업 종사자가 많은 거제와 울산은 도시 전체가 타격을 받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이 2014년 임원의 3분의 1을 감축한 이래 국내 조선업계 인력은 절반 이하 수준으로 줄었다.

절박한 위기상황에서도 K조선은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환경 규제로 스마트·친환경 선박의 수요가 커질 것을 대비하며 기술력을 높여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에 주력했다. 글로벌 친환경 추진선 시장에서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지주사)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빅3’가 이끄는 K조선이 올해 1분기 수주한 비율이 무려 78%다. 피눈물 나는 노력 끝에 대우조선해양은 2017년부터 4년 연속,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부터 2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내고 있다.

수주 세계 1위를 되찾았다고 하지만 수익성 개선 측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선박은 수주 계약을 따내고 건조에 들어가 인도까지 통상 1, 2년이 걸리기 때문에 업체들의 본격적인 실적 개선은 내년 이후부터 기대할 수 있다.

하나의 산업이 세계 1위까지 오르는 데에는 오랜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산업계에 후방 효과가 큰 K조선의 부활은 값지다. 한때 조선업계를 석권했던 중국은 값싼 인건비에 의존하면서 경쟁력을 키우지 못해 세계 1위 자리를 한국에 내줬다. 빠르게 변하는 글로벌 산업계에서 영원한 1등은 없다. 국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뼈를 깎는 자구 노력과 기술개혁을 해 온 K조선의 반가운 부활이 한국 제조업의 갈 길을 보여준다.
#제조업#k조선#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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