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넘은 우울증 환자… 20대 가장 많아

이미지 기자 , 김소민 기자 , 이지윤 기자 입력 2021-04-06 03:00수정 2021-04-0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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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20대 환자가 전체의 16.8%
취업난에 코로나 겹쳐 급증세
지난해 10월 A 씨(23·서울)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첫 직장이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적성에 맞지 않았다. 곧바로 다른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채용 기회조차 접할 수 없었다. 두 달가량 지나자 무기력증이 나타났다. 불안감에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밤마다 불면증에 시달렸다. A 씨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찾았고 우울장애(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기분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01만6727명이다. 기분장애는 감정 조절이 어려워 비정상적인 기분이 지속되는 질환이다. 흔히 우울증으로 불린다. 우울증 환자가 100만 명을 넘은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특히 전체 연령대에서 20대가 17만987명(16.8%)으로 가장 많았다. 10년 전만 해도 20대 우울증 환자는 5만9091명(9.2%)에 불과했다. 우울증은 고령층에 많이 나타나 ‘노인의 병’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제는 ‘젊은이의 병’이 됐다.

지난해 20대 우울증 환자 급증의 원인은 코로나19가 꼽힌다.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은 “지난해 사회에 진출한 20대가 취업난을 겪으며 ‘인생의 첫 좌절’을 느꼈을 것”이라며 “상실감과 불안감이 다른 연령대보다 컸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로 사회 첫발부터 좌절감… 20대 ‘마음의 병’ 환자 21% 급증
우울증 환자 100만명… 20대 16.8% 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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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유학 중이던 A 씨(20)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해 3월 휴학을 하고 한국에 돌아왔다. 그는 1년째 서울 집에 머물고 있다. 원격수업을 하지만 언제 학교로 돌아갈지 불투명하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소한 일로 부모와 말다툼을 벌이는 일이 잦아졌다. 언제부턴가 식욕이 떨어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여름 A 씨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찾았다. 우울증 진단을 받은 A 씨는 8개월째 상담 및 약물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기분장애(우울증)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9년 96만3239명에서 2020년 101만6727명으로 5.6% 늘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전반적으로 감소한 가운데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오히려 5만3488명 늘어났다. 특히 20대 환자의 경우 2만9551명 늘어 20.9%나 급증했다.

○ 20대 우울증 환자, 10년 새 2.9배 증가

지난해 전체 우울증 환자 중에서 20대 환자 비율은 16.8%로 가장 많았다. 이전까지는 50대와 60대 환자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20대의 사회적 입지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다. 이렇다 할 활동 기반이 없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인생의 첫 실패’를 겪으며 다른 연령대에 비해 더 큰 좌절감을 느끼는 것이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지난해 공무원시험 일정이 밀리자 오랜 기간 준비한 수험생 여러 명이 심한 불안감과 스트레스로 내원했다”며 “취업 스트레스나 경제 상황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며 내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20대 우울증 환자 증가 속도는 최근 3, 4년 가팔라지고 있다. 2016년 20대 환자 비율은 10.1%였지만 2017년 11.3%, 2018년 13.0%, 2019년 14.7%로 올랐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전체 우울증 환자는 57.5% 증가했지만 20대는 189.4% 늘었다. 취업난, 주식·부동산 등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등 사회·경제적 불안 요인이 수년간 이어진 탓으로 분석된다. 박선영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젊은층에서 불안·우울장애 빈도가 늘고 있는데 사회적 요인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특히 젊은층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 “코로나 종식 후 우울증 환자 급증 우려”

다른 연령대에서도 우울증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10년 새 환자가 23만34명 늘었다. 지난해 전체 환자 가운데 여성은 66.0%(67만1425명)다. 남성 환자의 2배 수준이다. 9세 이하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남성보다 많았다.

특히 여성의 경우 20, 30대 환자의 증가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지난해 전체 여성 우울증 환자의 증가율은 6.4%였지만, 20대는 27.4%, 30대는 11.3%였다. 여성이 고용 불안에 더 취약하고 육아·가사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까지 가중된 탓으로 보인다. 박 교수는 “우울증은 사회적으로 궁지에 몰린 집단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며 “사회적 입지가 약한 여성, 취약계층 등이 스트레스에 더 크게 노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우울증 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최기홍 KU마음건강연구소장은 “단시간에 끝나는 다른 재난과 달리 코로나19는 그 기간이 1년 넘게 지속됐고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스트레스가 축적되고 있다. 이 스트레스가 오히려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뒤 자살과 같은 문제로 폭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초부터 ‘코로나 우울’을 상병코드 내역에 정식으로 기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을 장기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심리상담 직통전화(1577-0199)를 이용해 전문 의료기관과 연계될 수 있게 했다. 또 심리상담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활용한 비대면 자가진단 온라인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이미지 image@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김소민·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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