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생의 끝에 선 자의 서글픈 읊조림

임희윤 기자 입력 2021-04-06 03:00수정 2021-04-06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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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5일 월요일 맑음. 영가.
#345 Spain ‘Spiritual’(1995년)
‘Spiritual’의 원곡을 담은 미국 밴드 ‘스페인’의 데뷔 앨범 ‘The Blue Moods of Spain’(1995년) 표지.
임희윤 기자
‘나라가 없다고 상상해보라/어려운 일은 아니지/죽여야 하거나 기꺼이 죽을 이유도 없고/종교도 없다면’

존 레넌(1940∼1980)의 ‘Imagine’(1971년)은 웬만한 헤비메탈보다 더 살벌한 곡이다. 세계평화 메시지와 부드러운 악곡 때문에 온화한 노래라 생각하기 쉽지만. 대표적인 반전(反戰) 노래이자 무시무시한 반종교(反宗敎) 송가이기도 하다. 1절부터 이렇다.

‘천국이 없다고 상상해보라/맘먹으면 쉬운 일이지/우리 밑엔 지옥도 없고/위에는 그냥 하늘뿐이라면/모든 이가/오늘을 위해 산다면…’

가난하고 억울한 이가 내세의 보상을 받지 않고 천인공노할 죄인도 다음 생에 천벌 받을 일이 없다면 세계는 현재의 정의, 평등, 자유를 위해 더 치열하게 싸워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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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 날아오는 비보를 접할 때마다 떠오르는 또 하나의 노래가 미국 밴드 ‘스페인’의 ‘Spiritual’(QR코드)이다.

‘예수여, 홀로 죽고 싶지 않아요/내 사랑은 진실하지 않았고/기댈 사람은 이제 당신뿐이죠’

지독하게 느린 템포에 화성 전개(‘C-G-Am-F’)도 심심하기 짝이 없다. 기타의 분산화음은 오르락내리락(‘도미솔도솔미-솔시레솔레시…’) 무심한 능선을 그린다. 영가(靈歌)를 뜻하는 노래 제목에 걸맞은 가사는 단조롭다. 그러나 들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주인공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음의 문턱에서 읊조린다. 마치 ‘Knockin‘ on Heaven’s Door’(밥 딜런·1973년) 속의 병사가 그랬듯.

노래를 부른 ‘스페인’의 리더 조시 헤이든은 전설적 재즈 베이시스트 찰리 헤이든(1937∼2014)의 아들이다. 부친 찰리는 아들의 이 곡을 기타리스트 팻 메시니와 듀오로 재해석해 ‘Beyond the Missouri Sky’(1997년) 앨범에 담았다. 어둠의 가객 조니 캐시(1932∼2003)마저 노년의 앨범 ‘Unchained’(1996년)에 저 27세의 조시가 쓴 ‘Spiritual’을 기꺼이 다시 불러 실었다. 저 단순하고 순진하며 달콤하고 쓰린 장송곡을.

‘예수여, 당신이 나의 마지막 숨소리를 듣는다면/이 외로운 죽음을 지나치지 마세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스페인#앨범#존 레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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