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4차례 출석요구 불응한 이성윤 ‘조사 없이 기소’에 무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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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팀, 김학의 불법출금 관련 李혐의 뒷받침 단서 다수 확보
4·7 재보선후 기소 추진 전망… 조남관 총장대행 승인여부 주목
공수처 송치 요구도 거부 가능성… 기소땐 檢-공수처 갈등 커질듯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활동했던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기소한 데 이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도 곧 기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 입장에서 이 지검장에 대한 기소는 하느냐 마느냐가 아닌, 언제 하느냐의 문제로 좁혀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김 전 차관 사건을 검찰에 이첩하면서 “기소 여부는 공수처에서 판단할 테니 공소제기 전 사건을 송치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이 지검장에 대해서도 기소하는 쪽으로 수사팀의 기류가 기울었다는 분석이다. 검찰총장 권한대행인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가 이 지검장에 대한 수사팀의 기소 의견을 승인할지를 두고 고심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 조사 없이 이성윤 지검장 기소할 가능성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부장검사)은 그동안 4차례에 걸쳐 이 지검장에게 출석 조사를 요구했다. 이 지검장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수사팀은 이 지검장을 조사하지는 않았지만 사건 관련자 조사를 통해 혐의를 뒷받침하는 단서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이었던 이 지검장은 안양지청이 김 전 차관 출국금지 요청서에 허위 사건번호를 기재하는 등 이 검사의 비위 정황을 조사하려 하자 수사를 막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수사팀이 이 지검장을 조사하려면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적인 수단을 동원해야 하는데 현실성이 떨어지는 만큼 이 지검장에 대한 조사 없이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 수사팀은 아직 기소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혐의 입증이 상당 부분 진척돼 4·7 재·보궐선거 이후 기소를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수사팀이 이 지검장을 기소하려면 조 차장검사의 결재가 필요해 기소를 단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조 차장검사가 정권에 우호적인 유력 차기 검찰총장 후보를 재판에 넘기는 전례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에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차장검사 역시 차기 총장 후보자 물망에 올라 있다.

현재 수원지검의 문홍성 지검장은 사건 당시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이라 수사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 수사팀을 지휘하는 오인서 수원고검장은 이 지검장에 대한 기소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가 이미 검찰에 이첩했던 이 지검장의 사건을 다시 넘겨달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수사팀이 공수처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향후 검찰과 공수처의 갈등은 더욱 증폭될 수 있다. 수사팀은 1일 차 본부장과 이 검사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하면서 공수처와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 공수처는 2일 “전날 오후 7시 37분경 공문으로 검찰이 이 검사 등 기소 사실을 통보했고, 일과시간 후라 오늘 확인했다”면서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 ‘청와대 기획 사정’ 의혹 핵심 관계자 조사 조율

이 검사의 ‘윤중천 보고서’ 허위 작성 의혹 등 김 전 차관 성접대 의혹 재조사 과정에서 벌어진 위법 여부 수사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에서 계속 진행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당시 대검 진상조사단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던 A 변호사에 대한 조사 시점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18, 2019년 대검 진상조사단의 조사 대상 선정과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검찰 수사 권고 등 일련의 과정이 사실상 ‘청와대의 기획 사정’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확보한 이 검사와 이광철 대통령민정비서관(당시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통화 내역엔 이 검사가 건설업자 윤중천 씨를 면담하는 등 주요 상황마다 이 비서관과 통화한 기록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2019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이 “검경의 명운을 걸라”고 지시할 정도로 불거지던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을 축소하기 위해 성접대 의혹 사건을 증폭시켰을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일 경찰청에 관련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유원모 기자
#검찰#출석요구 불응#이성윤#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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