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출판계에서는 부동산 폭등으로 빚어진 문제 등을 담은 김애란 작가의 단편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문학동네), 극도의 편리성 추구로 생기는 병폐를 다룬 ‘편안함의 습격’(수오서재) 등 시대 현안과 이에 반응하는 개인의 삶을 포착한 책들이 주목을 받았다.
은희경 작가. 동아일보 DB
2026년 출간 예정인 주요 신간들 역시 도파민 중독, 리더십의 변화, 인류세(人類世) 등 동시대의 질문을 여러 장르로 조명할 예정이다. 은희경, 천명관 등 중견작가들도 모처럼 신작을 들고 돌아올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 불확실한 시대 해석해줄 책 인기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 동아일보 DB퓰리처상 수상작 ‘총·균·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지리학과 교수가 신간 ‘위대한 리더십은 어떻게 탄생하는가(가제·김영사)’로 내년 하반기 독자를 찾아온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번 책에서 정치·비즈니스·스포츠·종교 등 다양한 영역의 리더십 사례를 분석한다.
역사적 변곡점에서 리더가 수행한 역할을 짚으며, 개인의 역량과 시대적 조건, 우연이 결합하는 방식을 조명한다. 역사적·문화적 사례를 폭넓게 검토해 리더십의 작동 조건을 구조적으로 분석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현지에서도 아직 출간되지 않았다. 다이아몬드의 저작들이 인류 역사와 문명 발전을 통찰력 있게 연결해온 만큼 이번 신간에도 기대가 모인다.
올해엔 ‘경험의 멸종’(어크로스) 등 대면소통이 줄고 극도의 편리를 추구하는 현대인의 행동 패턴을 분석한 책들이 주목받았다. 이러한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3월 출간 예정인 니클라스 브렌보르의 ‘초자극의 시대’(위즈덤하우스)는 숏폼 콘텐츠와 즉각적 보상 등 ‘초자극’이라는 이름의 기술이 우리의 몸과 감정, 욕망, 집중력의 회로를 어떻게 재편하는지 추적한 현대인의 생물학적 보고서다.
‘먼슬리 리뷰’의 편집인인 존 벨라미 포스터 미국 오리건대 사회학과 교수는 내년 4월 출간되는 ‘인류세 시대의 자본주의’(한길사)에서 자본주의가 지구 생태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과정의 이론적·역사적 배경을 조명할 예정이다. 인류세는 방사능, 플라스틱, 화석연료 등 지구시스템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 인류의 활동을 특징짓는 새로운 ‘지질학적 단층’을 가리키는 말이다.
● 중견 작가의 귀환…한강 신작 볼 수 있을까
문학 분야에서는 각자의 세계관을 구축해온 중견 작가들이 이를 확장하거나 변주한 신작들을 선보인다. 은희경 작가는 ‘빛의 과거’ 이후 7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제목 미정·문학동네)을 선보인다. 성격도 외양도 판이한 60대 자매의 입체적인 대비를 통해 노년의 삶과 몸을 깊이 있게 펼쳐 보이며, 우리가 살아내야 할 미래의 첫 순간을 아름답게 포착한다.
줄리언 반스. 동아일보 DB‘고래’로 2023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후보에 올랐던 천명관 작가는 10년 만에 창비에서 장편소설을 내놓는다. 엄혹한 현실을 마주한 한 소년의 성장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시공간적 배경, 제목 등은 아직 베일에 싸여있다. 2011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받은 줄리언 반스는 내년 1월 마지막 소설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다산북스)를 낼 예정이다. 그는 이 책을 끝으로 집필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혀왔다.
이르면 올해 발표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한강 작가의 차기작은 내년으로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그의 차기작을 준비 중인 문학동네 측은 “원고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 작가는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작별’에 이은 겨울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을 집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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