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임대차법 시행 이틀 전 전세금 올린 김상조의 후안무치

동아일보 입력 2021-03-30 00:00수정 2021-03-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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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대통령정책실장이 어제 전격 경질되고 후임에 이호승 경제수석비서관이 임명됐다. 전자관보에 공개된 고위공직자 재산신고 현황에서 김 전 실장이 지난해 7월 본인 소유 강남 아파트 세입자와 재계약을 하면서 전세보증금을 8억5000만 원에서 1억2000만 원(14.1%) 올린 사실이 확인된 지 하루 만이다. 계약 시점은 전셋값 상승을 막기 위해 임대료를 5% 이상 못 올리게 한 ‘임대차 2법’ 시행 이틀 전이었다. 법 시행 후 전세 계약을 갱신했다면 전세금을 5% 이상 올리지 못했겠지만 단 이틀 차이로 9.1%포인트(7750만 원) 더 받은 것이다.

부동산 등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김 전 실장은 임대차법 시행을 주도했다. 전셋집 재계약 한 달 전에는 “부동산대책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실수요자 보호”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임대차법 대상에서 쏙 빠져나간 것이다. 아무리 불법이 아니라고 강변해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편법이자 꼼수가 아닐 수 없다.

이래 놓고서 김 전 실장은 임대차법이 통과되자 “불편하더라도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본인 소유 아파트의 전세 계약은 잇속을 다 챙겨놓고서 전 국민에게는 임대료 5% 상한선 기준을 지켜 달라고 한 것이다. 겉 다르고 속 다른 후안무치이자, 전월세대란에 내몰린 국민들을 우롱한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대한 민심 이반이 가속화하는 이유다.

당정청은 지난해 7월 30일 야당과 충분한 협의도 없이 임대차법을 강행 처리한 뒤 다음날 임시 국무회의를 거쳐 곧바로 시행했다. 당초 전월세 신고제부터 시작해서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었으나 무리하게 밀어붙인 것이다. 부동산시장을 무시한 입법 폭주로 인해 김 전 실장 사례처럼 임대차법 시행 직전에 전셋값이 폭등하는 등 혼란이 극심했다. 정부는 시간이 지나면 전셋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했지만 임대차법 통과 이후 지금까지도 전월세난은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 정책 책임자가 정책 불신을 자초해놓고 국민의 신뢰를 기대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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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대통령정책실장#전세금#임대차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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