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 농지 거래 10건중 3건은 지분쪼개기… 투기 의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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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부동산 거래]
전국평균 16%보다 2배 많아 기획부동산 개입했을 가능성
농업용땐 대부분 전체 필지 매입

경기 평택시의 한 농지. 300평(991m²)짜리 논에 총 16명이 토지주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 5월을 전후해 한 사람당 적게는 4평부터 많게는 100평을 사들였다. 나이도 30세부터 67세까지 다양했다. 기획부동산을 끼고 토지를 매입하는 전형적인 방식이었다. 이 농지는 ‘쪼개기 매입’이 이뤄진 지 3개월 뒤인 지난해 8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경기도가 황해경제자유구역 현덕지구를 개발키로 한 데 따른 조치였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한창 개발이 진행 중이라 토지 가격이 계속 뛰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3년 동안 서울과 경기에서 거래된 농지 10건 중 3건은 지분 쪼개기를 통해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에서 지분 쪼개기 농지 거래 비율이 15.8%인 점을 감안하면 수도권에서 투기 의혹을 살 만한 거래가 크게 많은 셈이다. 농업을 목적으로 한 농지는 개인이 필지 하나를 통째로 매입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개발 사업이 활발한 지역에서 투기를 목적으로 농지를 사들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25일 토지분석 업체인 밸류맵이 2018년 1월부터 이달 23일까지 전국에서 거래된 농지(전, 답, 과수원 포함)를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총 농지 거래 107만4377건 중 지분 매입 형태로 이뤄진 거래는 16만9837건(15.8%)이었다.

농지 지분거래는 수도권과 세종, 부산 등을 중심으로 두드러졌다. 서울(30.6%)과 경기(28.3%)의 지분거래 비율이 17개 시도 중 압도적으로 높았고 부산이 25%로 뒤를 이었다. 이어 △제주(21.3%) △세종(21%) △강원(20.9%) △울산(20.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논농사가 활발한 전남과 전북의 농지 지분거래 비율은 각각 7.6%, 10.7%에 그쳤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농지 특성상 전남과 전북의 지분거래 비율이 정상에 가깝고 서울이나 경기의 경우 비정상적으로 높은 것”이라며 “기획부동산이 엮여 있거나 투기를 목적으로 한 거래가 많아 보인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농지를 지분 쪼개기로 매입하는 것이 일반적인 농지 취득 방법과 거리가 있다고 봤다. 현행 농지법상 상속이나 주말 체험농장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실제 농사를 지을 사람들만 농지를 살 수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농지 한 필지의 규모가 100평 정도임을 고려하면 혼자 충분히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크기”라며 “여러 명이 농업계획서를 작성해 가면서까지 지분을 매입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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