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중앙지법 ‘빅3’, 인권법연구회 잔류 선택 후 요직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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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걸 판결문에 ‘당시 명단’ 실려

전국 최대 규모인 서울중앙지법의 성지용 원장과 송경근 민사1수석부장판사, 고연금 형사수석부장판사가 2017년 당시 ‘연구회 중복 가입한 판사는 한 연구회를 선택하라’는 법원행정처의 지시에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잔류를 선택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윤종섭)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의 판결문 범죄일람표에 국제인권법연구회 탈퇴 혹은 잔류를 선택한 법관 101명의 명단을 실명으로 적었다. 이 중 28명은 국제인권법연구회 탈퇴를 선택했고 73명은 다른 연구회에서 탈퇴하고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남았다.

2017년 2월 13∼20일 잔류를 선택한 73명에는 성 원장과 송, 고 수석부장이 포함됐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김기영 헌법재판소 재판관, 이성복 전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 우라옥 전 서울중앙지법 민사2수석부장판사,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도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남았다.

성 원장은 국제인권법연구회 잔류를 선택한 한 달 뒤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사건 1차 진상조사위원에 임명됐고, 같은 해 11월 2차 진상조사위원으로도 참여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당시 대법원에 비판적인 성향의 판사 명단을 작성해 관리했다는 의혹이다. 고 수석부장도 1차 조사위원에 임명됐다. 송 수석부장은 2018년 6월 법원 내부망에 “검찰이 (법원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다면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 원장 등은 올해 초 국제인권법연구회 초대 회장 출신인 김 대법원장이 단행한 인사로 서울중앙지법 주요 요직에 임명돼 판사를 각 재판부에 배치하는 사무분담 권한을 이용해 인사 관례를 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한 법원에 3년, 한 재판부에 2년 근무하게 돼 있는데 윤종섭 부장판사는 법원에 6년째, 재판부에 4년째 유임됐다. 이후 윤 부장판사는 중복 가입 연구회 탈퇴 공지글을 올린 것 등에 대해 이 전 실장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한 부장판사는 “당시 국제인권법연구회에 잔류한 법관은 스스로를 ‘사법권 남용의 피해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법원장과 수석부장에 임명해 특정 판사를 ‘사법권 남용 의혹 사건’ 담당 재판부에 배치할 권한을 준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박상준 speakup@donga.com·신희철 기자
#법원행정처#연구회#중복가입#해소#이민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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